102살 최고령 나치 전범, 죽는 날까지 반성도 처벌도 없었다

나치 독일이 운영한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에서 재소자의 아침 또는 저녁 점호를 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고령 나치전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요제프 쉬츠가 102살 나이로 숨졌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과거 나치 친위대원이었던 쉬츠는 독일 연방대법원 상고심 판결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는 1942~45년 사이에 베를린 근처 작센하우젠의 집단수용소에서 수감자 대량학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해 6월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용소에 수감됐던 3518명의 살해를 지원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았으며, 소련군 전쟁포로를 총살하고 치클론-B 독가스로 포로들을 살해한 일에 관여한 혐의도 받았다.

그가 활동한 작센하우젠 수용소에는 정치범, 유대인, 로마와 신티(집시) 등 20만명이 수용되어 있었으며, 이들 중 몇만명은 나치 친위대에게 살해되거나 굶주림, 강제 노동, 생체실험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쉬츠는 재판 내내 “내가 왜 여기 앉아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로 아무 관계없다”며 혐의를 철저히 부인했다. 그는 나치 친위대 문서에 그의 이름과 출생 기록이 자세하게 나오지만 당시 집단수용소가 아니라 농장에서 농업 노동자로 일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죄 판결이 내려지자 곧바로 항고해 연방대법원 상고심 판결 전까지는 투옥되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

독일은 2011년 나치 친위대 출신 이반 데미야뉴크 재판을 계기로 생존한 나치 전범의 색출과 처벌에 박차를 가해왔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이반 데미야뉴크는 소련군에 입대했다가 독일군에 포로로 잡힌 뒤 자발적인 나치 조력자가 되어 집단수용소 대량학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으로 이민가 살다가 혐의가 드러난 뒤 2009년 독일로 강제 이송되어 2011년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고심을 진행하던 2012년 숨져 법률적으로는 무죄로 남게 됐다.

독일 당국은 4년 뒤 “아우슈비츠의 회계담당자”로 알려진 오스카르 그뢰닝을 붙잡았다. 그는 재판에서 4년형을 받았으나, 잇따라 항고해 슈츠와 마찬가지로 감옥에서는 단 하루도 보내지 않고 2018년 숨졌다. 지난해 14월엔 이름가르트 푸르히너(97)가 단치히(현재 폴란드 그다니스크) 근처의 슈투토프 수용소에서 1만명이 넘는 포로 학살에 관여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