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 자랑하다 10분 만에 1200만원 빠져나가

실수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신용카드의 번호를 가리지 않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린 글쓴이가 26일 1183만원의 결제가 무단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캡처

 
연 1억원을 벌어야 발급받는다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자랑하다 자신이 쓰지도 않은 1200만원의 비용을 내야하는 사연이 전해졌다.

27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제 벌어진 카드번호 유출 사건’에 관한 글이 올랐다. 사건은 전날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재된 글이 시작이었다.

커뮤니티에서 A씨는 삼성카드를 통해 아멕스사(社)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자랑했다. 글과 함께 카드 사진도 올렸다. 참고로 아멕스 프리미엄 카드는 연간 1억원대 후반의 근로소득과 충분한 실소득이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발급받는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A씨가 사진을 올리면서 신용카드 번호를 지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네티즌이 “카드번호 안 가리고 올린 사람의 카드가 살아있다”며 “아무 사이트 가서 결제 시도해 보니까 실제로 결제됐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다른 네티즌들도 A씨 카드번호를 이용해 각종 해외사이트에서 결제를 시도했다.

A씨는 26일 오후 새로운 글을 올렸다. 이번에는 번호를 지운 카드 사진과 해외이용내역 고지서를 함께 게시했다.

카드 해외이용내역을 보면 총 87건, 약 8848달러(한화 약 1184만원)의 결제가 이뤄졌다. 대부분 26일 오전 1시 37분께부터 2시까지 약 10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건으로 결제가 이뤄진 국가는 일본‧미국‧네덜란드 등으로 다양하다.

그는 “카드 자랑을 하려고 카드번호를 가렸었는데 바보같이 번호를 가린 사진이 아닌 원본 사진을 올리는 짓을 저질렀다”고 연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결제를 하려면 카드번호와 더불어 CVC번호를 알아야 한다. 보통의 카드는 CVC번호가 뒷면에 있다.

그런데 아멕스 카드는 다른 카드와 달리 앞뒷면에 모두 표기돼 있어 앞면은 해외 결제 시에, 뒷면은 국내 결제 시에 사용한다. 이에 일부 네티즌이 해외사이트에서 집중적으로 결제를 시도한 것이다.

 
A씨는 샤워가 끝나고 나오니 새벽에 삼성카드 직원에게서 전화가 와 있었고, 갑자기 비정상적인 해외 결제가 여러 건 이뤄져 일단 카드 사용을 정지시켰는데, 직접 결제한 게 맞느냐는 확인 전화였다고 한다.

A씨는 카드번호를 가리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허겁지겁 다른 사진으로 교체하면서 “내 잘못인 걸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이랑 애플, 교통카드, 별별 곳에서 결제가 됐다”며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카드사에 연락해 사고가 났다고 설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부연했다.

졸지에 1200만원의 카드 대금을 결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A씨는 “나도 잘못이지만 (마음대로 결제한) 너희들 잘못이 더 큰 건 네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지금도 손이 떨릴 정도로 열불이 난다”고 호소했다.

법조계 전문가는 A씨가 실수로 카드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결제한 이들의 잘못이 더 크다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드 발급자 본인인 것처럼 카드사를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카드사가 이용대금을 청구하면 A씨가 먼저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자신의 카드를 무단 사용한 네티즌에게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소송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 A씨가 어떤 결정을 할지 이 소식을 아는 네티즌들은 A씨의 다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