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 힘 실은 유럽중앙은행 총재···라가르드 “매우 좋은 원칙”

기후위기·공급망 '탈중국화' 등 의견 나눠
라가르드 "韓-EU 경제협력 강화 희망"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온른쪽)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윤영석 의원실 제공

[서울경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26일(현지시간) “(재정 운영에 있어) 재정준칙은 매우 좋은 원칙”이라며 도입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앞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타워에서 라가르드 총재를 만나 재정 건전성 강화 필요성 등을 논의한 뒤 이같이 전했다. 이번 만남에서 윤 위원장은 한국의 저출생 문제 등을 들어 “한국의 유례없는 저출생·고령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유럽연합과 같은 재정 규율 시스템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리가르드 총재 역시 “재정 운영에 있어 국가채무를 줄이고 지출을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의 재정 규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법안 도입 취지에 공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프랑스 재무장관 등을 역임한 세계적 경제·금융 리더로 현재 세계 경제의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유럽연합의 금융·통화정책 수장이다.

두 사람은 신성장 4.0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한국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반도체·바이오·빅데이터·태양광·미래형 모빌리티·우주탐사·6G 등 초고속 네트워크 등 신성장 4.0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전지·반도체·태양광 등 첨단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기후위기 상황 속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회도 저비용으로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는 첨단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 정부도 현재 코로나 상황이 끝난 후에는 재정이 생산성을 증진시키고 구조적인 개혁을 하는 방향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것을 각국 유럽 지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지금처럼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국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중요한 축(Key pillar)”이라고 화답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 기조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전 세계가 중국의 공급망 체계에 의존해온 데 대한 대응 방안으로 각 나라가 분열주의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위원장은 “한국은 보호무역주의와 블록화에 반대한다. 특히 WTO·IMF·WB로 대표되는 다자주의 경제체제의 유지·복원을 위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윤 위원장의 초청 요청에 “이른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해 한국과 EU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수락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가재정법 처리에 앞서 유럽 출장을 떠났다. 윤 위원장은 라가르드 총재 만남에 앞서 25일 오후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를 찾아 최근 유로 지역의 경제 동향 및 전망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한 유럽연합의 그린딜 산업계획 추진이 우리나라 공급망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