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매우 예외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국가 개입이 원칙”[일문일답]

심윤지 기자 2023. 4. 27. 14: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세사기라는 매우 예외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국가가 개입해야 된다는 것이 정부 원칙”이라고 했다. 전세사기와 단순 보증금 미반환 사례를 구분하기 위해 지원 요건을 한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별법 지원 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임차주택 ▲수사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임차인이다.

다만 개별 사례가 전세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국토부 산하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다. 전세사기 피해임차인으로 인정받게 될 경우엔 27일 발의될 특별법에 의거해 경매 유예·중단 신청, 우선매수권 부여, 경공매 낙찰 시 금융·세제 지원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원 장관과 유관부처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부가 제시한 6가지 기준을 보면, 포괄적 구제보다는 선별적 구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인 간의 채권·채무 관계다. 전세사기라는 매우 예외적인 대상에 대해서만 국가가 개입해야 된다는 것이 정부 원칙이다. 다만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으로 한정하게 되면, 사기의 고의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너무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지금 전세사기 유형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법에 규정하고 (보상을) 진행하면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너무나 큰 행정력 낭비도 예상된다. 특별법에는 큰 원칙만 담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해 형평성있고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별법 상 ‘서민주택 요건’을 갖추지 못한 피해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나.

“지금까지 접수된 사례들을 보면 보증금 3억, 주택면적 85㎡ 이하 기준 아래로 대부분 포괄되지만 서울인지 지방인지, 가족 수가 몇명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면적이나 가액을 일률적으로 정해놓으면 본의 아니게 제외되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 경계선 효과 때문에 억울하게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탄력적인 판단을 할수 있는 권한을 위원회에 넘겨주겠다. 대신 이 경우에도 보증금 3억 또는 85㎡라는 기준에 예외를 적용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특별법에는 피해자들과 야당에서 요구했던 ‘선지원 후구상’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주가조작 또는 보이스피싱같은 사기 피해의 경우에도 국가가 세금으로 피해금을 먼저 대납·반환해주고 나중에 이를 채무자에게 구상하거나 경매절차로 환수해오는 선레는 없었다. 이런 선례는 앞으로 남겨서도 안 된다고 본다.

강서구 화곡동 피해자들은 담보권을 확보하고 있는 선순위 채권자임에도 조세채권(정부가 임대인이 체납한 각종 세금을 징수할 권리)에 밀려 경매를 개시하지 못해 ‘선매입 후구상’을 요구해왔다. 정부가 경매절차를 대신 밟고 나중에 매각대금을 돌려달라는 것인데, 정의당 안에 이 내용이 일부 들어있었다.

그런데 경매 절차에 대한 법률서비스 지원은 현재 국토부가 하고 있는 소송법률지원으로도 가능하다. 조세채권 안분에 대한 내용도 이번 특별법에 포함됐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자력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본다.”

-후순위 채권자가 많은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형식의 ‘선지원 후구상’을 주장해왔다.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선순위 근저당으로 인해 경매를 하더라도 받을 돈이 없고, 이미 추심업체들로 채권이 넘어간 경우도 많았다. 피해자들 요구는 이 채권을 캠코가 직접 사라는 것인데, 그때 평가가액이 얼마인지가 문제가 된다.

국토부가 미추홀구 사례를 가지고 캠코와 추심업체의 현재 운영제도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평가가액이 10% 이하, 최대의 경우에도 2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피해자들이 10%나 20%의 매입가격만 받고 채권(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를 하겠느냐.

캠코가 8000만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 800만원만 받고 추심을 한다 해도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800만원보다 못미치는 0원으로 나왔다.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각종 금융 기법을 동원해도 최우선변제금인 2800만원보다도 한참 못미친다. 캠코 부실채권 매입 안은 상임위 논의가 시작되면 상세하게 토의가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정부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나.

“어제 민주당, 정의당 정책위의장을 만나봤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너무나 달랐다. 실제로 토론에 들어갔을 때는 결론을 내리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상임위에서 무엇을 논의하든 그것은 국회 권한이지만, 당장 그것을 실행 가능한 방안으로 만들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특별법의 시한을 2년으로 한정한 배경은 무엇인가.

“한시법 2년으로 한 것은 대부분의 임대계약이 현행 임대차법에 의해서 2년인 것을 고려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전세사기에 대한 예방대책은 전세가율 보증 대상 기준을 낮추고, 악성 임대인 정보를 공인중개사가 알리도록 하는 등 강도 높게 마련돼 있다. 지금부터 체결되는 계약이 사기전세로 대량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조세채권을 안분하려면 피해금액과 주택 수가 확정돼야 할텐데, 강서구 화곡동 사례의 경우 이 데이터가 확정된 것인가. (편집주 : 국토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강서구 피해의 경우 임대인 김모씨 체납액을 68억, 보유주택은 110채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들이 가장 답답해하시는 게 도대체 임대인 조세채권이 얼마나 되는지다. 이 부분은 국세청과 국토부가 협업해 빠른 시간 내에 확정을 하도록 하겠다. 특별법 시행 후 경매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시점으로 법원에 신고되지 않는 조세채권은 제외하고 계산한다.”

-특별법 지원대상이 되는 피해임차인 규모는 몇 가구로 추산되나.

“전세사기 사건이나 피해자 수가 얼마가 될지에 대해 정부가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엄격한 의미의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은 다른데,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모두 사기라고 주장할 수 있다. 특별법이 시행되고 세부 기준이 발표가 되면, 그에 따라 신고가 단기간에 집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 의미 있는 숫자나 통계들을 알리면서 진행을 하겠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화성 동탄신도시 전세사기 의심 사건의 경우 보유 주택이 100채, 200채에 달해 보증금 미반환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경우다. 이런 사례도 위원회로부터 지원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

“당사자 입장에서는 다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피해자와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 그 부분은 위원회에서 논의·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원대상 요건 중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데, 피해자가 소수인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나.

“보통 1:1 계약은 사기로까지 인정되기엔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고 봐서 ‘다수 피해자’라는 최소한의 장치를 넣었다. 다만 이는 피해자들을 배제하기 위해서 넣은 요건이라기보다, 엄격한 의미의 사기 성립 요건을 적용할 경우 해당이 안되는 사례들을 포괄하기 위한 요건으로 이해해달라. 현재 예측하지 못하는 피해유형들이 나오더라도 국가 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가급적 넓게 적용하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합동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싶은 임차인들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임차인이 경매 매각기일 이전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미리 의사표시를 할수도 있고, 최고가가 공개된 이후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경매에 참여할 사람이 없어 때문에 단독입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는 실행은 1번, 신청은 횟수제한이 없다. 여러번 유찰된 다음 실행을 할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원 실무에서는 신청도 사실상 1회로 제한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선은 본인이 납부할 수 있는 금액이 어디까지인지 미리 예측해야 하고, 이 임차 목적물이 얼마정도에 낙찰될 것인지도 신중히 검토를 한후에 우선매수권 행사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본인이 납부해야 할 금액이 매각대금보다 많다고 하면 LH에 우선매수권을 넘기는 것이 유리하다. ”

-LH 매입임대사업은 신혼부부나 고령자 등 주거취약계층이 지원대상이다. 전세피해주택을 매입하면 기존 공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것으로 보나.

“올해 매입임대사업은 LH가 2만5000호, 지방공사가 9000호로 총 3만5000호 수준이다.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전세사기 피해자의 물량은 충분히 소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만약 추가 수요가 있다고 하면 기금운영계획 변경을 통해 20% 범위 내 에서 예산을 증액할 수 있다. 저소득층, 신혼부부, 고령층 등 기존 매입임대 희망자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하겠다.”

-피해 심사 기한이 정해져있나.

“시·도 기초조사 기간은 30일, 위원회 결정 기간은 30일로 한정했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1회에 한하여 15일 내에 연장 조사할 수 있다. 최대 75일이라 보면 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