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 보는 10구단, 새 외인제도 지향점은 ‘헛돈 방지법’
지난 25일 진행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는 외국인선수제도 개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10개 구단은 새 제도 도입의 첫 단계로 구단별로 아이디어를 취합하기로 했다. 각 구단이 개별적으로 구상하는 최선의 방법론을 KBO에 각각 전달해 한 데 모은 뒤 다음 회의 때 구체안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어떤 식으로든 2024시즌은 새 외인제도를 적용하는 원년이 되는 흐름이다. 현시점에서는 10구단 중 어떤 곳도 외인제도 개정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지향점도 한 곳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외국인선수에 대한 ‘헛돈 방지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A구단 단장은 “말하자면 100만달러를 투자한 외국인선수가 아파서 한동안 뛸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돈을 고스란히 다 주고 내보내야 한다는, 불합리한 규정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부상 회복 뒤에 기대할 수 있는 선수의 경우에는, 웨이버공시가 아닌 등말소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B구단 단장은 “큰 틀에서 반대하는 구단은 없다. 각 구단이 생각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놓고 그것을 토대로 다음 달에 다시 회의하자고 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추진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C구단 사장은 “그간 외인제도에서는 구단들은 바보와 다름없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올시즌에 앞서 두산이 제안했던 기간제 ‘대체 외인선수제’가 될지, 보유수와 등록수를 분리하는 일본프로야구 외인선수제가 될지, 제3의 방식이 될지 지금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특정 외국인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지지 않은 경우라면, 해당선수가 부상 회복 뒤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자는 게 새 제도의 요지다.
예컨대 새 제도 도입 상태라면 SSG는 에이스급 역할을 기대했던 외인투수 에니 로메로가 어깨 부상으로 치료 중인 가운데 외인 교체를 여부를 놓고 이토록 깊게 고민할 일도 없다. 대체 카드를 일단 꺼내 기용하면서 로메로의 회복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부상 회복 여부를 살펴야하는 로메로가 ‘보험용 선수’로 전환되는 것이다. 또 대체 영입 선수가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면, 반대로 일정 기간 뒤 방향을 바꿔 로메로와 결별할 수도 있다. 외인선수간 팀내 경쟁 구도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한화 역시 새 외인제도가 존재했다면, 확실한 1선발로 기대했지만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던 버치 스미스와 영원한 결별을 하지 않아도 됐다. 지금 제도에서는 대체 카드로 빠르게 교체 영입한 리카르도 산체스의 활약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외인선수의 건강과 적응력이 해당구단의 1년 농사를 가르고, 한 시즌 프로야구 판도까지 흔드는 게 지금의 제도다.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내면서도 긴 세월 움직이지 못한 가운데 비로소 대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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