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여성 ‘준강간 미수’ 무죄 확정한 대법…피해자 “참담”
권리 완전히 배제당해···대법원도 공범”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자 피해자와 지원단체가 “대법원도 공범”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만취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처벌조차 되지 않는다고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준강간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가 완전히 배제당했다”고 했다. 김태옥 천주교성폭력상담소장은 “준강간 사건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피해자인가’ 의심받는다”면서 “본 사건은 현장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이었다”고 했다.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 A씨는 공대위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A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너덜너덜해진 명예마저 지키지 못하고 또다시 세상에 외면당했다”면서 “잘못을 깨닫지 못한 가해자는 반성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당당하게 이 사회를 활보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오판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오늘의 결과는 성폭력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후퇴시킨 시대착오적 판결의 사례로 영원히 박제될 것”이라며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 법관들은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 이영실 변호사도 “대법원이 원심의 판결을 바로 잡지 않고 상고를 기각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준강간 사건에서는 보통 범행 시점에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는지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달라진다”면서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피해자는 명백한 항거불능 상태였고, 피고인도 ‘시체와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피해자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맡았을 때는 (최종 판결까지)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릴지도, 유죄를 인정받기 위해 외롭게 힘든 싸움을 하게 될지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6년 동안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던 피해자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피고인 B씨는 2017년 5월 새벽 3시20분쯤 서울 소재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난 A씨를 승용차에 태워 같은 날 오전 6시쯤 경기 소재 한 숙박업소에서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여성이 만취해 항거불능인 상태였고 B씨가 이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보고 준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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