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대주단 협약 공식 가동…3분의2만 동의해도 '만기 연장'
PF 부실 우려 커지자 금융권 소방수 등판…김주현 "상생 의지 중요"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을 막기 위한 '전 금융권 PF 대주단 협약'이 공식 가동된다. 금융권은 협약을 통해 채권액 기준으로 전체의 3분의2만 동의하면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받은 PF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고, 4분의3 이상 동의 시 신규 자금, 이자율 감면 등의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기존 은행·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증권사 외에 농협 등 상호금융, 새마을금고가 협약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엔 대주단의 지원을 받은 시행사 또는 시공사의 '손실 분담' 원칙도 담겼다. 대출 만기연장이나 이자율 감면 등 채권 재조정, 신규 자금 지원을 받은 시행사나 시공사는 분양가를 낮추는 식으로 손실을 나눠 져야 한다.
금융당국도 지원사격에 나선다. 만기 연장 등 채권 재조정을 받은 사업장이 대출을 일정 기간 상환할 경우 금융회사는 자산건전성 분류 시 등급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채권 재조정의 경우에 대해선 업권별 여신 한도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6개 금융협회, 상호금융중앙회, 정책금융기관 등 15개 금융기관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PF 대주단 협약식'을 개최했다. 금융당국은 연초 업무계획을 통해 부동산 PF 리스크 완화 차원에서 지난 2009년 제정되고 2012년 1차 개정된 'PF 대주단 협약'을 손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PF란 부동산 사업장의 '사업성'을 보고 금융회사들이 내어주는 대출을 말한다. 사업 초기 토지 구입 목적으로 받는 브리지론, 이후 브리지론 상환과 공사비 명목 등으로 받는 본 PF로 나뉜다. 규모가 큰 만큼 은행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대출을 해주는데, 이들 금융회사들의 모임을 '대주단'이라고 한다. 대주단 협의체는 사업장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 3분의2만 동의해도 만기연장…협약에 시행사 '손실 분담' 원칙 명시
대주단 협약은 부실 또는 부실우려 사업장 중 복수의 업권이 참여하고 있는 곳에 적용된다. 기존 은행·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 외에 새마을금고·농·수·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이 대상 업권으로 추가됐다. 단일 업권으로 구성된 사업장은 업계 자율 협약으로 정상화가 이뤄진다.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상호금융·새마을금고는 이미 협약을 마련했으며, 보험업계도 준비 중이다.
PF 사업장의 사업 정상화는 △공동 관리 절차 개시 △정상화 방안 수립 △특별 약정 체결 순으로 이뤄진다.
공동관리절차 대상은 3개 이상의 채권금융기관이 참여하면서 총 채권액이 100억원 이상인 사업장이다. 시행사 또는 채권을 보유한 채권금융기관이 공동관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채권액 기준으로 4분의3 이상 동의 시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된다.
공동관리가 개시되면 채권 금융회사로 이뤄진 자율협의회에서 사업성 평가를 거쳐 채권 재조정, 신규 자금 지원을 줄기로 하는 사업정상화 계획을 수립한다.
채권액 기준 4분의3 이상 동의하면 나머지가 반대하더라도 채권 재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이 이뤄지며 1개 금융회사가 채권액의 4분의3 이상 보유했을 경우 채권 금융회사 기준으로 5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 재조정은 이자 상환유예·이자율 감면·원금감면·출자 전환을 말한다.
단 만기연장의 경우 채권액 기준 3분의2 이상만 동의하면 의결되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신속한 사업장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채권 재조정이나 신규자금지원 의결 요건은 채권 금융회사 협의로 더 완화할 수 있게 했다.
이번 협약엔 채권 재조정 또는 신규 자금 지원을 받은 시행사 또는 시공사의 손실 분담 원칙이 신설됐다. 만기연장이나 이자율 감면을 받은 시행나 시공사는 분양가·공사비 인하 등 손실 분담에 나서야 한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분양을 후분양으로 전환하거나, 무료 발코니 확장 등 간접적인 혜택을 주는 쪽으로 분양률을 제고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업 정상화 계획을 바탕으로 자율협의회는 '특별 약정'을 체결해 정상화 계획을 실행한다. 주기적으로 이행 실적을 점검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약정을 파기한다. 만약 특별 약정이 부결될 경우 시행사나 시공사는 외부 기관의 평가를 받아 1회에 한해 재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대주단 자율 협약이 마련되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자 금융권은 PF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도 거절하는 등 발을 빼려는 분위기였다. PF 대출 특성상 한 곳의 금융회사만 발을 빼더라도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보험·증권·여전사·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의 지난 연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1.19%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0.82%p 올랐다.
변 과장은 "기존에 받은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에 공동관리 신청이 집중되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 연체율이 1.2% 정도이니, 연체율이 올라감에 따라 협약을 신청하는 사업장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당국 수장 "대주단 협약, 상생 의지가 중요"…지원 사격 나선다
이날 두 금융당국 수장은 금융권의 대주단 협약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제도의 성공을 위해선 '상생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협약식 축사를 통해 “이번에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 채권금융기관들은 만기연장·채무조정·신규자금 지원 등 재무구조 개선에 신속하게 합의할 수 있게 되었다"며 "모든 참여자의 '공생 의지' 하에 채권금융기관의 합리적인 자금지원 분담과 시행사․시공사의 자구노력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부동산PF 총괄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정상화 진행상황을 점검‧관리할 것"이라며 "사업장 정상화와 관련된 여신에 대해서는 자산건전성 분류 및 한도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관련 직원에 대해 면책하는 등 금융회사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업계의 정상화 노력에 대해 지원 사격한다. 채권재조정을 받은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일정 기간 대출을 상환할 경우 자산 분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채권재조정 또는 신규자금 지원의 경우 업권별 대출 한도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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