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 발행해 급한 불 껐지만 수익성 확대 숙제
800억원 후순위채 발행 확정
하반기 4000억원 유상증자 추진
자본건전성 확보에 나선 푸본현대생명이 추가 청약을 통해 후순위채 수요를 확보하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그동안 자금 수혈을 거듭해 온 푸본현대생명은 올해 하반기 유상증자도 할 계획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전날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확정했다. 이 회사는 후순위채 발행에 앞서 진행한 수요 모집에서 다소 난항을 겪었다. 애초 계획한 발행 물량은 700억원 규모인데, 지난 18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90억원 규모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결국 회사 측은 기존보다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추가 청약을 진행했다. 푸본현대생명이 앞서 제시한 금리 밴드는 6.5%~7.2%였는데, 상단을 7.3%로 올렸다. 그러자 기관을 중심으로 590억원의 추가 주문이 들어왔다.
회사 측이 밝힌 후순위채 발행 이유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새 제도는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건전성 지표인 RBC비율을 높일 수 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는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다.
앞서 이 회사는 자산·부채 시가 평가에 따른 자본 감소분을 점진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에 가용자본 부문 경과 조치 적용을 신청하기도 했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계획보다 100억원 더 늘린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7.3% 금리에 발행하기로 확정했다”면서 “시장 친화적인 정책과 빠른 판단으로 후순위채 수요 확보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금리 상단을 상향하고 발행 규모를 늘린 것은 이 회사의 자본 확충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사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이 회사가 시장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가운데 부채를 통한 수혈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이달 신용평가기관 한국기업평가는 푸본현대생명의 IFSR와 후순위사채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가 시장 경쟁력이 약해져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도 도입과 금리 상승, 경기침체 우려 등 여러 부담이 가중돼 있다고 한기평은 분석했다.
대형 보험사들과 달리 새 회계기준 도입으로 불리해진 측면도 있다. 새 제도에서는 보험사가 판매 운용하는 퇴직연금이 부채로 인식되는데,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푸본현대생명의 자산은 퇴직연금에 쏠려있다. 또 부채 듀레이션(만기)보다 자산 듀레이션이 더 긴 구조라, 금리 상승 시 불리하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가용자본이 급감해 재무건전성이 저하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책임연구원은 “푸본현대생명은 조정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1% 미만에 머물고 있다”면서 “물론 이 회사가 보장성보험 영업을 강화하고 있으나, 경기침체로 보험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보험업계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시장에서 지위를 높이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라고 평가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후순위채 발행이 가장 간편한 자본 확충 방법이다. 하지만 후순위채도 엄연한 빚이다.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받다가 만기가 5년 이하로 줄어들면 매년 발행금액의 20%씩 자기자본에서 제외된다.
이번에 이 회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는 7.3%로, 지난해와 올해 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수준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지난달 ABL생명이 발행에 나선 후순위채 공모희망 금리 최상단이 6.6%였다. 지난해 한화손해보험의 후순위채 발행 금리는 4.9%였다. 높은 금리는 곧 이자 비용으로 돌아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운용 자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를 높인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올해 4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3925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청약 일정과 대주주의 필요 절차를 거쳐 오는 3분기까지 절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12월에는 단기차입금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1조5000억원 규모로 늘린 것인데, 이는 이 회사 자기자본 수준(1조28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 차입이 이뤄진 게 아니고,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대응이었다는 게 회사 측 얘기다.
결국,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수익성 확대 등 시장경쟁력 강화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열쇠다. 현재 이 회사의 보장성보험 부문 시장 점유율은 0.5% 수준에 그친다. 최근 3개년 총자산세전이익률은 2020년 0.6%, 2021년 1.2%, 2022년 0.4%로, 변동이 큰 편이다. 지난해 자산 매각 과정에서 채권 처분 손실이 발생했고, 글로벌 증시 침체로 해외주식 손상 차손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자금 조달을 위한 금리 출혈 경쟁을 하면서 고금리 저축보험을 취급했고, 자본성증권·RP 매도 증가로 이자비용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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