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對중국 견제 선명한 공동성명…한중관계 영향은

조준형 2023. 4. 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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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인태전략과 동조화…남중국해 염두 '불법적 해상영유권 주장' 명기
반도체 분야서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동참 가능성 열어둬
악수하는 한미 정상 (워싱턴=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4.27 [공동취재] zji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이하 성명)은 작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한국의 대중국 입장 전환을 포괄적으로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기 미·중 사이에서 일정한 균형을 추구하던 입장에서 떠나 미국에 대폭 더 접근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더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공동성명 곳곳에 담겼다는 평가다.

공동성명은 우선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한미 간 인식의 일치와 협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성명은 "양 정상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이 서로 연결되고 번영하며 안전하고 회복력 있도록 유지해야 할 중요성을 인식했고, 동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각자의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에 있어 협력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 대만,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을 강도 높게 견제한 내용이었다.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은 남중국해 약 90%가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입장이 유엔해양법협약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입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립지역 군사화'는 중국이 2014년 이후 남중국해에서 수중 암초를 포함한 지형물을 콘크리트 등으로 매립해 요새화한 인공섬들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 3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 수비 암초(주비자오<渚碧礁>), 피어리 크로스 암초(융수자오<永暑礁>) 등 최소 3곳에 미사일 무기고, 항공기 격납고, 레이더 시스템 등을 배치해 군사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성명은 또 중국이 극력 반발해온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 입장도 담았다. 성명은 "윤 대통령은 오커스 출범을 포함해 역내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협력적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고 소개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워싱턴=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2023.4.27 [공동취재] kane@yna.co.kr

경제 영역에서도 안보 관련 문구에 비해 선명성은 덜했지만 역시 중국을 견제하는 듯한 내용이 성명 안에 적지 않았다.

우선 성명은 "양국은 경제적 강압, 그리고 외국 기업과 관련된 불투명한 수단의 사용을 포함한 경제적 영향력의 유해한 활용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하고, 반대를 표명하며,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기 위해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한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때 사드 부지를 공여한 롯데의 중국 내 사업장을 강하게 압박한 일, 호주와의 코로나19 기원 관련 공방을 계기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제한했던 일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나라들에 경제적 수단으로 보복할 가능성을 미리 견제하는 문구가 성명에 들어간 셈이다.

또 "양국은 지역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잠재적 공급망 교란의 탐지·대응과 회복력 강화를 위한 조치들을 조율하기로 약속한다"며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협의체로 꼽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활용한 공조 의지를 성명에 담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분야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공급망 교란'이지만, 한미는 역으로 중국이 미국발 디커플링에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의 수단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대만 문제와 함께 가장 주시했던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해서도 주목할만한 내용이 담겼다.

성명은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하고 급격한 기술 진보를 따라가는 가운데, 국가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양 정상은 양국의 해외투자 심사·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 심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이미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을 시사한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 안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기지를 보유한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디커플링에 동참할지 여부를 고도로 주시했다.

동참한다는 언급은 성명에 없지만, "국가안보 보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 필요성", "해외투자 심사·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 심화" 등 문구에 대해 중국은 한국이 디커플링 동참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을 실명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민감해하는 영역을 공동성명이 거의 다 건드렸다"며 "특히 사실상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이전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정상 공동성명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 연계를 거론하며 한미 각자의 접근법에 기반했다면, 이번에는 한국이 미국의 인·태 전략에 공식 참여한다는 선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중국을 특정하지 않은 공동성명의 대중국 견제 내용에 대해 중국이 공식 반발할 경우 자국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지만, 한중관계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긴장이 나날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을 공고히 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반면 점차 심화하는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 하에서 향후 한국이 추구할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한미동맹의 공고화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미국을 선택했다는 인상으로 국제사회에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은 최근 유럽연합(EU) 주요국·일본, 그리고 싱가포르와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한 후에 보여주고 있는 대중국 행보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빈만찬 도착한 한미 정상 부부 (워싱턴=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도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4.27 z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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