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포기합니다”...수도권 분양가 10억, 내리긴커녕 오르기만 하네요 [매부리레터]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3. 4. 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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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세상용인역, 광명자이 등
10억 이상 분양가에 실수요자들 눈물
“분양가 오르는 속도가 무서워요”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현장.
“서울이 아닌 경기도 수도권 분양가도 10억원이 기준이 되어버렸네요. 청약을 포기합니다.”

경기도 용인 청약을 기다려온 직장인 김모씨(47)는 최근 공개된 아파트 분양가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청약에 관심이 높았는데, 전용 84㎡의 분양가가 10억6000만원에서 12억3500만원이었습니다. 지난 24일 공개된 광명자이더샵포레나도 전용 84㎡ 분양가가 10억원입니다. 김씨는 “20년 넘게 청약 통장을 아끼면서 내집마련을 꿈꿨는데 10억은 도무지 감당이 안된다”면서 “이렇게 수도권 분양가가 10억이 될 줄 알았더라면 옛날에 청약통장을 쓸 걸 후회된다”고 씁쓸해했습니다.

지나고보니 보이네. 둔촌주공이 ‘혜자’였다.
불과 작년 연말 화제가 됐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국민평수 전용 84㎡ 분양가 기억하시나요. 13억원대였습니다. 대기 수요자들 사이에서 “너무 비싸다” “미달된다” 이런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둔촌주공은 완판됐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수도권 분양가를 보면 “둔촌주공 분양가가 착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수도권 분양가가 ‘국민평수’(전용 84㎡) 10억원이 넘기때문입니다.

다음달 초에 분양하는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전용84㎡는 분양가가 10억~12억원입니다. 비슷한 시기 분양하는 광명자이더샵포레나 같은 평수 분양가가 10억원입니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입니다. 예를 들어 2년전 실수요 인기 많은 경기도 수원에서 공급이 나오면 국민평수 분양가 5억~6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만에 경기도 신축 분양가는 ‘10억’이 기준이 돼버린 것입니다.

건축비 급등으로 분양가 상승 피할 수 없어
“제가 얼마전에 건설사 분을 만났는데요. 지난 1년동안만 아파트를 짓는 원가가 1년사이 25%가 올랐다고 해요. 그러면 원가가 25%가 올랐으니까 분양가를 올려야하겠죠. 그런데 시장상황이 불안하잖아요. 그러니까 분양가를 (확) 올릴 수는 없겠죠. 즉 분양가와 원가의 갭(수익)이 줄어들겠죠. 그래서 공급을 많이 못하고 있다고 해요.”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이달 초 매부리TV에서 “건축비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사 결과 2015~2019년 17.3%였던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은 2020년부터 지난 2월까지 28.6%로 증가했습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급등한 공사비로 인해 전국적으로 정비사업은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시공사는 이가격으로는 공사 못한다고 하고, 조합은 공사비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는 식이죠.

“땅값이 많이 올랐죠. 땅값 비쌀때 샀으니까, 거기다 공사비도 오르고…. 30%씩 (공사비) 올랐다고 하는데 건설사도 (분양해도) 힘들죠.”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분양가상한제가 없어지니 벌어지는 일
올해 분양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분양가 상한제’가 사라진 점입니다. 정부가 올해 초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해제했습니다. 이 효력은 지난 1월 5일 0시 이후 입주자모집 신청에 나서는 단지부터 나타났습니다.

작년 연말에 분양한 둔촌주공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서 전용 84㎡가 13억원에 분양을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민간 청약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안받습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분양가 심사를 통해 분양가를 깎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분양가상한제가 없으니까, 분양가를 ‘누를’ 요인이 사라진 것입니다.

모집공고문을 살펴보면,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된 광명자이더샵포레나 84㎡는 대지비가 4억원대, 공사비가 5억~6억원대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안된 e편한세상용인역플랫폼시티 84㎡는 최고가 분양가 12억원 기준으로 보면, 대지비는 4억대인데 공사비가 7억후반대~ 8억 가까이 됩니다.

광명자이더샵포레나 조감도. 국민평수 분양가가 10억원대입니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공사비가 이보다 낮습니다. 지난해 연말 분양한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84㎡는 대지비가 7억후반~8억원대, 공사비가 4억후반에서 5억원대입니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철산자이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고 대지비는 4~5억원대고, 건축비가 4억~5억원대입니다.

대지비야 땅값이니까 입지에 따라서 차이가 납니다. 공사비도 공법, 설계, 브랜드 등에 따라서 차이가 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불과 청약 시점이 4개월 차이인데 최근 분양한 단지들이 공사비가 1억원 높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자재값, 인건비가 많이 올랐죠. 그리고 분상제도 없잖아요.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꾸 분양가 깎으라고 잔소리하던 사람이 없어진 거죠.”(분양업계 관계자)

분양가 상승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양가 상승은 건설사 및 시행사나 실수요자 모두 ‘불편’합니다. 실수요자들은 가격이 올라서 싫고, 건설사는 이 가격에 팔아도 이익이 줄어서 공급을 꺼립니다. 미분양 위험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요즘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안좋다보니 ‘이럴바에 공급을 하지 말자’고 판단해 공급을 줄이고 있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아파트를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008년 이후에도 입주물량이 줄었지만 그때는 원자재 상승이 없었어요. 앞으로는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한 신규 공급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3년 후부터는 공급이 거의 스톱이 될 것입니다. (자재값 상승)이게 22년 여름~가을부터 시작됐으니 25년 연말 정도서부터는 신규 공급이 상당히 줄어들 것입니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것들이 부동산 집값이 떨어지는, 하방의 압력을 막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김기원 대표는 2025년 공급 급감으로 입주물량이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사진은 매부리TV 화면 캡처.
김 대표는 2025년을 ‘반등’ 시기로 예측하면서 “분명한 것은 부동산 시장에 상승장은 또 온다는 것”이라면서 “그때는 구축보다는 신축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공급축소는 3년 뒤 ‘부메랑’이 돼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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