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야 산다…삼성전자, 반도체 14년만 적자에 감산·투자 투트랙 전략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14년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 1월 이후 56개 분기만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내면서 전사 영업이익도 1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는 당장의 실적 악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하며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R&D(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전반적인 수요 감소를 실적 악화 원인으로 꼽았다. 대외 경기 둔화로 인해 고객 구매 심리가 약화되고 고객사 위주의 재고 조정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D램의 1분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10% 초반 정도 하락했고, 낸드플래시의 비트그로스는 한자릿수 초반 가량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ASP(평균판매가격)의 경우 D램은 10%중반 가량 하락, 낸드는 10% 후반 정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 감소에 맞춰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부터 시작된 반도체 불황에 맞춰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감산을 시작했을 때도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 때 감산을 공식 언급하며 기조를 바꿨다. 김 부사장은 "레거시 제품 위주의 생산 조정에 더해 1분기부터 라인재배치 등을 추가하며 감산 규모가 훨씬 더 의미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산과 별개로 시설투자와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중장기적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부사장은 "평택 3기와 4기 라인 위주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필수 클린룸을 확보해 중장기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또 연구개발 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시설 투자 규모는 9조8000억원 가량이다.
이 같은 투자는 하반기가 가까워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에서부터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PC등 소비자향 부터 수요 회복이 시작돼 서버로 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는 "D램의 경우 DDR5와 LPDDR5 등 첨단 공정을 가속화해 견조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LSI도 전방제품들의 수요 부진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TV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떨어지면서 SoC(시스템온칩), 센서, DDI(디스플레이구동칩) 등 주요 제품 수요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도 수요 위축에 따른 고객사 재고 증가로 주문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하락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장기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초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생산에 나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해당 라인이 2~3년 후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8.6세대 제조 공정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최초로 시도된다. 캐파(생산능력)과 관련해선 "연간 1000만대 정도의 노트북, 태블릿PC 등 IT제품을 생산하는 캐파(생산능력)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6세대 기반의 기존 라인 비교해 원가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엔 점진적으로 전체적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1분기 실적 부진에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6조5800억원 규모의 분기 사상 최대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시설 투자 역시 10조7000억원으로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DS부문은 서버와 모바일용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GAA 공정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수주 확대 등 차별화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
DX부문은 폴더블폰과 Neo QLED 등 프리미엄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한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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