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살았는데 왜 난 고아일까 [노땡큐]

한겨레21 2023. 4. 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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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쓰다보니 간혹 외국 한글학교에 파견을 나가는 일이 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유럽 쪽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여러 번 하셨다.

한국 입양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글학교에 문의하는데, 그들이 법적으로 한국 교민이 아니다보니 한국의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 출생 서류는 가졌지만 한국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는 입양인이 한글학교 교사를 만나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 하고 자신의 슬픈 인생사를 털어놓는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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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땡큐!]

일러스트레이션 슬로우어스

동화책을 쓰다보니 간혹 외국 한글학교에 파견을 나가는 일이 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유럽 쪽 한글학교 선생님들이 여러 번 하셨다. 한국 입양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한글학교에 문의하는데, 그들이 법적으로 한국 교민이 아니다보니 한국의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그대들을 잊지 않았노라, 전하기 위해

한국 출생 서류는 가졌지만 한국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는 입양인이 한글학교 교사를 만나 한국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 하고 자신의 슬픈 인생사를 털어놓는 일이 많았다. 성공한 입양인은 매스컴에서 소개되지만 안타까운 상황의 입양인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또 다른 현실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한국에서 떠밀려 떠나야 했던 아기 20여만 명이 그 뒤 어찌 사는지 우리는 관심도 없었다. 막연히 외국 가서 잘 살겠지 하고 잊었던 우리의 죄는 어찌할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동화로 그분들 이야기를 알리는 거라 생각해, 사례를 모아 약간의 각색을 거쳐 단편동화책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를 냈다. 그런데 이걸 외국에 사는 한글학교 어린이이나 국외 입양인에게 보여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특히 국외 입양인에게 우리가 그대를 잊지 않았고 다시 이런 비인권적인 일이 없도록 애쓰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싶었다. 영어 번역 책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

우연히 만난 영화감독에게 혹시 그중 한 편을 단편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제안했다. 단편영화는 영어 자막을 넣고 유튜브에서 공개하면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까. 감독은 동화 여섯 편 중 하나를 골랐다. 음식으로 생모를 기억하는 사례를 듣고 쓴 동화에 영화적 요소가 있다고 했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그런 제안을 한 나는 친구들에게 영화 만들 돈을 후원하라고 졸랐다. 살림이 빡빡한 친구들이 조금씩 후원하고 나와 감독도 있는 돈을 털어넣어,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단편영화 <귀로 만든 수프>를 찍었다. 2023년 5월에 드디어 도서관 강당을 빌려 시사회를 하게 됐다.

입양인은 묻는다. 왜 날 보냈냐고

영화 후원자 구한다고 이리저리 뛰는 도중에 국외 입양인의 행사 ‘엄마의 나라’ 대동예술제에 운영진으로 참여했다. 국외 입양인 예술가들이 한국에서 전시하고 싶어 하는 걸 알게 된 박찬호 사진작가가 한국 국외 입양인을 위한 문화예술 단체 KADU를 만들고 판을 벌인 것이다. 그는 입양인을 위해 소망의 촛불을 켜는 행사를 했고 난 그 사례를 동화책 속 한 꼭지로 넣은 인연이 있었다. 국회의원회관 복도에서 입양인 예술가들의 그림과 사진을 전시하고, 서울 인사동에서 두 번째 전시를 하고 국회의원들 도움을 받아 국회포럼을 하고 전통문화 공연을 하면서 많은 입양인을 만났다.

그들은 묻는다. 왜 날 보냈냐고. 누가 날 보냈냐고. 난 분명히 엄마랑 살았던 기억이 있는데 왜 서류엔 고아로 되어 있냐고. 이제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임정진 동화작가

*‘임정진의 노 땡큐!’를 마칩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작가와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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