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보다 빠르다는 '대주자' 신민재 "홈런보다 도루가 짜릿해"

이상철 기자 2023. 4. 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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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야구' 추구하는 염경엽 감독 부임 후 중용
2년째 무안타, 통산 홈런 0개…"언젠가는 치겠지"
LG 트윈스 신민재. ⓒ News1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신민재(27·LG 트윈스)는 전문 대주자다.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타석에 서지도 못했다. 하지만 팀 내 입지는 단단해 염경엽 감독 체제에서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뛰는 야구'를 강조하는 염 감독은 승부처마다 베이스러닝 능력이 뛰어난 신민재를 중용하고 있다. 26일 SSG 랜더스전까지 치른 22경기 중 16경기에서 신민재가 교체로 투입됐다. 신민재는 벌써 지난해 출전 경기 수(14경기)를 넘었다.

승리에 크게 기여한 적도 적지 않다. 지난 25일 경기에서는 출전 시간이 가장 짧았지만 누구보다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4-4로 맞선 9회말 1사 1루에서 1루 주자 문성재를 대신해 투입된 신민재는 상대의 집중 견제에도 2루를 훔쳤다. LG는 곧바로 오지환이 끝내기 2루타를 때려 짜릿한 5-4 승리를 거뒀다. 3루를 돌아 홈을 밟은 신민재는 결승 득점을 올렸다.

염 감독은 "1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대주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신민재가 2루 도루를 성공한 것이 주효했다"며 "신민재가 승리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등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주 고마운 존재"라고 호평했다.

신민재는 "대주자로 나갔을 때 상대 투수의 심한 견제를 받는다. 그런데 그런 것이 훨씬 더 편하다. 그만큼 투수가 나한테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고, 타자도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2루가 아닌 1루에서 견제로 아웃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최악의 경우로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그래서 경기 전 투수의 견제 영상을 많이 보며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민재는 이번 시즌 7차례 도루를 시도해 5개를 성공했다. 도루 성공률은 71.4%로 팀 도루 성공률(61.4%)보다 10%가 높다. 이 흐름이면 2019년 세운 개인 최다도루 10개도 넘어설 전망이다.

신민재는 스타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는 내가 대주자로 나가면 (다음 베이스로) 뛸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상황에서 난 반드시 도루를 성공해야 하니 부담도 있다"며 "최대한 빠르게 스타트를 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열심히 공부하고 분석해도 안 된다. 타고난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력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했다. 신민재는 "내가 (통산 343개의 도루를 기록한) 박해민 형보다 빠르다. 우리 팀에서 달리기가 가장 빠를 것"이라며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다만 신민재는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타석에 서지 못했다. 대주자로 투입된 뒤 계속 뛸 수도 있지만 LG가 매번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어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염 감독은 "신민재도 타격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타이트한 상황이 많아서 부득이하게 신민재를 타자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 연장 13회말 2사 만루 상황 LG 신민재가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낸 뒤 환호하고 있다. 2020.1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타격 기회가 없으니 안타를 생산하기도 어렵다. 신민재는 지난해에도 3차례만 타석에 섰다. 신민재가 안타를 친 것은 2021년 5월15일 삼성 라이온즈전으로 약 2년이나 지났다.

그래도 신민재는 개의치 않다는 반응이다. 그는 "2021년과 2022년에는 1군에 올라올 때마다 타격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게 주어진 대주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타석에 들어설 테고 그때 안타를 치면 된다"고 말했다.

신민재는 프로 통산 30개의 안타를 쳤지만 홈런과 3루타를 때린 적은 없다. 잠실구장을 넘기는 홈런의 짜릿한 손맛이 궁금할 법도 할 텐데 그는 도루에 더 큰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신민재는 "홈런은 퓨처스리그에서 한 개 쳐봤는데 도루가 더 짜릿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염 감독 부임 후 역할이 커진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감독님의 스타일이 도움이 많이 된다. 스프링캠프부터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야구, 방향성을 파악하고 준비하려 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많이 어렵다"며 "내게 거는 기대감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매일 반복된다. 오늘 잘 하더라도 내일 못 할 수도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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