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즉결심판에서 변호인 조력권 보장해야"

기사내용 요약
21차례 112신고…거짓신고로 즉결심판
경찰 "즉결심판이므로 변호사 필요 없어"
법원 즉결심판 기각하고 검찰이 약식기소
"변호인 조력 받을 권리 위해 규칙 개정해야"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경찰이 즉결심판 대상자를 조사할 때도 변호인 조력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19일 "해당 경찰서장에게, 즉결심판 청구대상자를 조사하는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해당 경찰관에게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즉결심판 대상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고지받을 수 있도록 '경범죄 처벌법 시행규칙'의 별지 서식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5월1일 오후 11시께 술에 취해 40여분 간 '집에 가려는데 대중교통이 없어 경찰이 데려다 달라'는 내용으로 21회에 걸쳐 112신고를 했다.

이에 경찰관 B씨가 출동해 A씨가 거짓신고를 했다며 이틀 후 파출소 출석을 안내하고 택시에 태워 A씨를 귀가시켰다.

파출소에 출석한 A씨에게 B씨는 자술서 작성을 요구했고, A씨는 변호사를 만난 후 자술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형사입건하지 않고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A씨는 변호사 조력 없이 거짓신고 혐의를 인정하는 자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자술서 작성 이튿날 법원은 거짓신고 위반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경찰은 보완조사를 거쳐 A씨의 혐의를 업무방해(경범죄)로 변경해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2달여 후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인권위는 B씨가 A씨의 변호사 조력 요구를 거부한 것은 A씨의 '변호인에게 조력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 사건에서 가장 기본적인 피의자·피고인의 권리이므로 즉결심판 청구대상자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된다"고 봤다.

또 "피고인의 자백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인 때에도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다"며 "진술자의 자필인 것은 재판에서 증거로 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경찰관이 즉결 심판 청구대상자에게 진술서를 확인받을 때는 즉결 심판 청구대상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권리가 고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인 조력권과 진술 거부권에 대한 고지는 현행법상 사법경찰관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피진정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즉결심판 대상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받을 수 있어야 하므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경범죄 처벌법 시행규칙' 별지 서식 제10호(즉결심판사범 적발보고)와 제11호(즉결심판청구서)의 개정을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