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무대만 1000회…배우 최정원 “딱 2000회만 할게요”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 퀸.” 뮤지컬 배우 최정원(54)은 딸 싱어송라이터 유하(24)에게 자신의 묘비에 이렇게 적어달라고 전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에 나오는 전설적인 팝그룹 ‘아바’의 명곡 23곡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댄싱 퀸’의 후렴 가사이다.
최정원은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도나’를 연기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3월24일부터 6월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맘마미아>에 ‘도나’ 역으로 출연한다. 2007년 1월18일 성남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16년 동안 1030회가 넘는 무대에서 ‘도나’를 연기해왔다. “작품도 사람 같아서 알면 알수록 정이 생겨요. 아바 음악이 나오면 무대로 빨리 뛰어나가고 싶어서 미칠 듯한 기분이에요. 하루에 다섯번도 공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정원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도나’ 연기가 무르익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고 한다. 딸 유하를 키웠던 경험이 엄마 ‘도나’와 딸 ‘소피’ 사이 감정 연기에 반영됐다. “딸아이가 사춘기 중학생일 때는 얼마나 싸웠는지, 그 애 눈빛이 빨갛게 보일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딸이 남편보다 더 친한 친구가 됐는데 그 덕분에 ‘도나’는 힘들이지 않아도 물 흐르듯이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최정원이 한국 최초의 ‘도나’는 아니다. 2004년 <맘마미아> 초연 때도 오디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땐 아직 아름다운 미혼 여성 역할을 하고 싶었고 엄마 역할은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었죠. 하지만 ‘도나’ 나이인 서른아홉 살에 이 작품을 운명적으로 만나도록 준비한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기자가 관람한 3월26일 공연 커튼콜(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것)에서 최정원은 고래 같은 성량을 자랑하며 ‘맘마미아’ ‘댄싱 퀸’ ‘워털루’를 잇달아 불렀다. 격렬하게 춤추며 노래하는데도 호흡이 달리거나 고음에서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객석에선 부모가 아이와 함께 발을 구르며 열광해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최정원은 여섯 살 때 시집살이가 서러워 울던 엄마 앞에서 가수 이미자를 흉내 냈다. 엄마가 울다 웃는 모습에 처음으로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때 저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걸 알았죠. 그런데 <맘마미아>는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행복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에 대한 그의 열정과 의지는 초인적이다. 2007년 1월18일 <맘마미아> 첫 공연 직후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담석증을 진단받았지만 공연 폐막 뒤로 수술을 미루고 진통제를 맞으며 무대에 올랐다. 그는 언제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몸을 유지하려 매일 노래와 춤을 연습하고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 않는다. “저는 공연이 있는 날이 없는 날보다 더 컨디션이 좋아요. 데뷔한 1989년부터 공연을 쉰 해가 없죠.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이 최고가 된 이유는 하루도 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최정원은 2019년 12월8일 대구 공연에서 ‘도나’로 1000회 무대에 서는 기록을 세웠다. 최정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도나’를 연기한 배우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도나’를 연기한 배우는 2004~2010년과 2015~2017년 스페인에서 2400회 이상 연기한 ‘니나(안나 마리아 아구스티 플로레스)’이다. 최정원은 “딱 2000회만 하고 싶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체력이 좋아요. 예순 살이 안 두렵다는 걸 후배 여배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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