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도 후회한 쇼맨십인데…' 마운드로 뛰어가는 김진욱의 자신감, 팬들 심장도 '쿵쿵' 뛴다 [부산 현장]

정재근 2023. 4. 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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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끓는 좌완 파이어볼러의 자신감.

잠실의 야생마 이상훈이 그랬고, 사직의 젊은 피 김진욱이 현재 그렇다.

다음 타자 이성곤을 상대한 첫 투구가 볼이 되자, 배영수 코치가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가 한현희를 내리고 김진욱을 올렸다.

불펜 문을 열고 나간 김진욱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마운드를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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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초 1사 2, 3루의 위기 상황. 호출을 받은 김진욱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피 끓는 좌완 파이어볼러의 자신감. 잠실의 야생마 이상훈이 그랬고, 사직의 젊은 피 김진욱이 현재 그렇다.

26일 부산 사직구장.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2-1로 앞서던 롯데가 6회초 역전 위기를 맞았다. 선발 스트레일리에 이어 4회부터 마운드를 지킨 한현희가 6회초 정은원과 노시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채은성의 진루타로 1사 2, 3루. 다음 타자 이성곤을 상대한 첫 투구가 볼이 되자, 배영수 코치가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가 한현희를 내리고 김진욱을 올렸다.

불펜 문을 열고 나간 김진욱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마운드를 향해 뛰어갔다. 그 순간 사직구장 1루쪽을 가득 메운 홈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달라진 김진욱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롯데 팬들이다. 김진욱은 이날 경기 전까지 7경기에 등판하며 평균 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올 시즌 9이닝을 소화한 김진욱이 허용한 안타는 단 1개에 불과했다. 7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삼진을 10개나 뽑아내며 상쇄했다.

마운드로 향하는 김진욱의 뒤태.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로 성큼성큼 뛰어가는 모습에 자신감이 넘쳤다. 롯데 팬들이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2016년 10월 8일 잠실 야구장에서 시구한 이상훈이 마운드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

20여 년 전.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를 향해 뛰어가던 LG 트윈스의 야생마 이상훈이 떠올랐다.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와 미국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쳐 2002년 친정팀 LG로 컴백한 이상훈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불펜에서 마운드로 뛰어나가던 모습은 그의 상징이 됐다. 훗날 이상훈은 "사실, 투수는 마운드에 나갈 때 뛰어가면 안 된다. 호흡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호하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뛰는 걸 멈출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삼십 대였던 이상훈과 달리 김진욱은 이제 겨우 프로 3년 차다. 뛰는 것만큼은 선배들을 가뿐히 이길 수 있는 스물한 살 젊은 피다.

김태연을 삼진으로 처리한 김진욱의 조용한 포효

김진욱의 호흡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김진욱은 대타로 나온 첫 타자 김태연을 4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최재훈을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막아 냈다. 롯데 불펜진이 한화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가운데 롯데는 7회 대거 5점을 추가하며 8대1 승리, 5연승을 달렸다. 위기 상황마다 등판한 김진욱의 호투가 큰 역할을 했다.

영접 잡힌 김진욱의 구위는 위력적이다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친 김진욱이 호수비를 보여준 좌익수 황성빈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지난 2년 동안 제구 불안에 시달렸던 김진욱이다. 2021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진욱은 2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1년 4승6패8홀드,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14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6.36에 그쳤다.

올 시즌엔 달라졌다. 변화구의 제구가 잡힌 게 큰 요인이다.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변화구가 먹히며 직구의 위력도 배가됐다.

선발 자원인 외국인 원투펀치와 박세웅의 부진을 나균안이 메꾸고, 김진욱이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며 무너질 것 같았던 롯데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덕분에 롯데도 분위기 전환에 성공, 5연승을 질주하며 단숨에 공동 3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자신감 넘치는 김진욱의 미소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용택 해설위원이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힐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진욱은 당돌하게 "(박 위원이 보기에) 제가 뽑힐 수 있을 것 같냐?"며 반문했다. 박 위원이 웃으며 "지금 대로라면 뽑힌다"라고 답했다.

김진욱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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