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직 대통령 이름도 나왔다, 그래미 탄 래퍼 얽힌 兆단위 대형 사기극
말레이시아인에 돈 받고 선거개입·中 정부 도운 혐의
디카프리오도 증인 출석, 美정계·헐리우드까지 들썩
대표곡 ‘Killing me softly’로 널리 알려진 미국 90년대 유명 힙합그룹 ‘푸지스(Fugees)’ 멤버 프라스 미셸이 조 단위 규모의 국제 사기 사건 등에 연루된 혐의로 25일(현지 시각) 유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에서 전직 대통령 2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증인석에 서는 등 미국 정치·문화계에 걸친 스캔들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연방지법은 미셸에 돈세탁·선거자금법 위반·불법 로비·위증 등 10개 연방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최고 징역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90년대 미국 힙합의 전설이자, 그래미상을 탈 만큼 성공한 음악인이었던 그는 어쩌다 중범죄자로 전락했을까.
모든 것은 말레이시아 출신 금융가 ‘조 로우’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1997년 푸지스 해체 이후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사업가로 방향을 튼 미셸은 2006년 맨해튼 나이트클럽 파티에서 로우를 소개받았다. 로우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측근으로,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에서 45억 달러(약 6조 323억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인터폴에 수배돼 도피 중인 인물이다.
미셸은 로우로부터 횡령 자금의 일부를 받아 불법 청탁·불법 선거자금으로 활용한 혐의를 받는다. CNN에 따르면 미셸은 지난 2012년 로우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전달한 2000만달러(약 268억원) 중 80만 달러(약 10억7000만원) 이상을 차명 후원을 통해 오바마 선거 캠페인에 기부했다. 또 2017년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로우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는 대가로 1억 달러(약 1342억원) 이상을 받았다. 그는 또 중국 정부의 사주를 받아 중국 반체제 인사인 궈원구이의 강제 송환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미국 정계를 넘어 헐리우드에까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로우가 횡령 자금으로 헐리우드 영화에 투자하고, 라스베가스 등지에서 모델·연예인을 불러다 호화 파티를 수차례 연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일 열린 공판에는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로우는 2013년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거금을 투자하고, 수십만 달러의 그림 등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디카프리오는 로우와 친밀한 사이였음을 인정하면서도, “로우의 횡령 사실을 알게된 2015년부터 그와의 관계를 끝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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