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강간범한테 성인잡지 사다준다고?"[그래서 어쩌라고]

현행법상 재소자에게 도서 구매 권리 보장..자비부담 원칙
유해도서 금지인데 성인잡지는 비해당..최선호 도서 '맥심'
한때 교도소 자체로 금지했지만 재소자 소송내 원점으로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아동 강간살해범 김길태와 같은 성범죄자가 교도소에서 선정적인 성인 잡지를 읽을 권리를 보장해야 할까. 수년간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현행법은 재소자가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27일 교정본부에 따르면, 경북북부제1교도소는 지난달 ‘수용자 자비 부담 도서 입찰’을 공고하고 용역 사업자를 선정했다. 도서 입찰은 교도소 재소자가 자기 비용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도서를 대신 구매해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성인 잡지는 재소자가 주로 찾는 도서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용민 위원이 2021년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교도소에서 가장 많이 구입한 도서는 맥심(27만7214회)이었다. 맥심은 주로 선정적인 시각물과 내용을 다뤄서 시중에서는 성인 남성용 잡지로 분류된다.

실제로 앞서 경북북부제1교도소 측이 납품받은 도서 목록에는 맥심을 비롯한 성인 잡지와 외국 성인 서적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골프잡지, 주식투자서 등도 재소자가 즐겨 찾는 도서이다.

교도소가 재소자에게 도서 구매를 허용하는 주된 목적은 교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재소자에게 여가 거리를 제공하고 교양을 함양할 기회를 보장해서 자정하기를 기대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교화 목적에 어긋나는 도서는 구매가 불가능하다. 형집행법은 ‘수용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도서를 살 수 있고, 교도소장은 유해간행물을 제외하고 구독(구매)을 허가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제소자의 문화·여가 생활을 보장하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성인잡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서 구매에 제한이 없다. 예컨대 맥심은 청소년유해매체에 포함돼 있지만 유해간행물은 아니다.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자 교정본부는 2017년 전국 교도소에 성인 잡지 구매를 금지했지만 얼마 못 가서 무효가 됐다. 일부 재소자가 ‘성인잡지를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내어 승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원도 성인 잡지가 교화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재소자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성인잡지 구독을 금지하려면 법을 고쳐서 근거를 마련해야지, 행정 처분으로 할 사안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물론 교도소 자체적으로 도서를 검열해 퇴출할 수 있지만 제한적이다. 도서를 통해 반입 금지 물품(담배 등)을 들여오거나 서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관여하기 어렵다. 도서 내용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성인잡지는 성범죄 이력의 재소자도 구매해서 구독할 수 있다. 앞서 경북북부교도소는 이른바 ‘청송교도소’로 불리는 흉악범이 주로 수용되는 편이다. 총 네 개 교도소가 인접해 구성돼 있는데 아동 강간 살해범 김길태가 여기서 복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욱 (imf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