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 "혜택은 곤란, 적정선 찾아"…재발방지 촉구 목소리도[전세사기대책]

황보준엽 기자 2023. 4. 2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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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책 강화엔 '곤란'…전문가 "혜택으로 보일 것"
에스크로 계좌 개설 필요…보증금 은행에 묶어둬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 정부부처 합동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2023.4.2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정해진 6개 요건을 충족하면 월 100만원 이상의 긴급 복지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우선매수권 또는 피해 주택의 임대주택 매입 등 특례가 지원된다. 또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 중 하나였던 조세채권 안분도 수용해 특별법 내 담았다.

다만 정부는 피해자들과 야권에서 요구하는 전세보증금 채권매입을 통한 보상, 이른바 '선보상 후청구'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가 세금으로 피해금을 먼저 대납하고 반환해주고 나중에 채무자나 경매절차에서 그 물건에 대한 가격을 환수하는 경우는 현재까지 있지도 않고 선례를 남겨서도 안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한편, 기업형임대주택 공급 활성화와 전세금 에스크로 계좌 등 재발방지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인천 주안역 남부광장 분수대로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후 전세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영정사진을 올려놓고 있다..2023.4.18/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구제책 '적정선' 찾아…"혜택이 되면 안돼"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 같은 내용의 지원책을 운영한다.

특별법은 △거주 중인 주택 낙찰 지원 △기존 임차주택을 공공임대로 제공 △전세사기 피해자 생계 지원 △경․공매 완료 임차인에 대한 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논란이 된 '선보상 후청구' 개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정선'을 찾은 것으로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손실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부분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세사기만 특별히 다뤄 세금으로 (보상) 해주기에는 곤란하다"며 "돈으로 손실을 메꿔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이 정도면 적정선을 잘 찾았다"며 "다만 구제책이 혜택으로 가선 안된다. 이것보다 더 지원을 강화한다면 국민 입장에선 구제가 아닌 혜택으로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에 포함된 기존 임차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봤다. 정부는 낙찰을 원하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자는 우선매수권을 활용, LH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직접 낙찰을 받지 않아도 LH공사 등이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기존 임차주택을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피해자의 주거연속성을 제공하며 저렴한 임대료(시세 대비 30~50%)와 장기 거주(최대 20년)를 통해 손해 본 임대 보증금을 상쇄하거나 간접 보전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우선매수권과 관련해선 제한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랩장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공매 매수희망은 주로 역세권, 신축 등 양호한 정주여건으로 자산가치 보전이 가능한 주택 위주로 제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공매 낙찰시 정부의 금융 및 세제지원이 주어지나 임차인이 최고가 낙찰액을 지불해야하고, 기존 전세보증금을 대출이 있는 경우 부채총액에 대한 부담이 상당해 지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아파트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3.4.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재발방지' 대책 마련 목소리도…"전세제도 있는 한 위험 상존"

전세사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세제도가 지속되는 한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대책으로는 임대차 표준계약서 특약 활용 교육과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 도입 등이 언급된다. 보증금의 일부 혹은 전체를 일정 계좌에 이체시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 등을 임대인이 챙겨가는 방식이다.

송승현 대표는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도 필요해 보인다"며 "이젠 재발방지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함 랩장도 "전세제도가 유지되는 한 전세금 미반환 리스크가 상존 할 수 있는 만큼 임대차 표준계약서 특약 적극 활용 교육이나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기업형임대주택 등 '안전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공공임대주택·기업형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도 필요하다"며 "충분한 공급을 통해 주거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사기에 관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인천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힌 '건축왕' 남모씨와 오피스텔 268채를 보유했던 동탄의 박씨 부부의 사기행각에는 공인중개사가 끼어있다.

김효선 부동산수석위원은 "악의적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고, 안심하고 믿을 수 있게 중개하는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전문자격사인 만큼 사회적 책임이 뒤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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