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오승환, 그리고 좌승현의 세이브…장문의 문자 한 통
삼성 좌완 이승현(21)이 팀 마무리의 고민을 풀었다.
이승현은 지난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덕분에 삼성은 최근 4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이승현도 데뷔 두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정식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세이브를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의 부동의 마무리는 오승환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올시즌 초부터 부진하자 삼성은 결단을 내렸다. 대체 카드로 좌완 이승현이 낙점됐다.
하지만 이승현은 마무리 보직을 맡은 후 처음으로 다가온 세이브 상황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서 4-2로 앞선 9회말 등판했으나 최형우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3점 홈런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지난 25일 “지금은 마무리로 이승현을 내정을 했지만 상황에 맞게 변화를 줘야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세이브 상황에서 70~80%는 이승현이 나가게 되어있는데 변칙 운영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은 다시 한번 이승현을 믿었다.
이날 이승현은 8회 등판한 오승환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2사 1루에서 김재환을 삼진 아웃 처리한 데 이어 9회 첫 타자 양의지의 좌중간으로 날아가는 공을 중견수 김성윤이 다이빙 캐치해 첫 아웃카운트를 잡고, 호세 로하스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강승호와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 3루에 몰렸지만, 이유찬을 2루수 옆 땅볼로 잡아내 세이브를 챙겼다.
이승현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말했다.
KIA전을 마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던 이승현은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나도 다시 생각해보니까 자꾸 이렇게 위축될 필요가 없더라. 더 좋은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좋은 말을 해 준 선배 중에서는 오승환의 격려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이승현은 오승환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대부분은 “좌승현 파이팅”이라는 문구로 가득 차 있었다. 이승현은 “잊어야할 경기가 있고 기억해야할 경기가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승현에게 잊어야할 경기는 KIA 경기가 아닌 이날 세이브를 올린 두산전이었다. 그 이유로 “오늘(26일) 경기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해도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자꾸 기억을 하면 다음 경기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KIA전을 마음 속에 새겼다.
처음에는 대 선배의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마무리 보직 통보를 받았을 당시를 떠올린 이승현은 “과연 내가 이 자리를 맡아도 될까라는 생각도 했고, 많이 부담됐다”고 돌이켜봤다.
하지만 이제 마무리 보직은 이승현의 자리가 됐다. 그리고 이제 머리를 비우고 마운드에 오를 참이다.
이승현은 “별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며 “나도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은 편이다.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상 이기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잘 해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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