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미 환대에 실리 내줬나?..."워싱턴선언 모호, 경제인 말잔치"

이승륜 기자 2023. 4. 2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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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의 효과에 대한 전문가 평가가 엇갈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방미 성과를 두고 ‘말 뿐인 빈손외교’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핵 능력 공유를 핵심으로 한 이번 선언이 북한의 핵 도발을 막는 데 역부족이라는 해석과 함께 윤 대통령의 잇단 미 경제인과 만남에서도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이 “북한의 핵 위협에 실질적인 억제력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온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언론에 “양국이 확보한 정치적 이익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의 결과는 대북 억제 차원에서 실질적인 안보 효익을 제공하거나 한국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사례와 연구를 보면 한미동맹의 억제력 강화는 북한의 무력시위와 무기시험을 억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핵 협의그룹(NCG) 신설과 SSBN 전개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NCG는 확장억제 관련 새로운 협의체인데, 선언에는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는 NCG 신설 배경도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엇갈리는 ‘워싱턴 선언’ 효과…“SSBN 억제력 글쎄”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핵무기 발사가 가능한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가 이뤄지면 북한의 핵 사용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맥스웰 부대표는 “SSBN이 부산에 배치되면 김정은이 오판할 경우 북한 정권을 끝낼 수 있는 상당한 군사적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 SSBN이 핵탄두를 탑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런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은밀히 잠항하는 SSBN의 위치를 북한이 탐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강력한 억제력이 생긴다”고 봤다. SSBN의 한반도 전개가 공개적으로 언급된 이상 설령 전개되지 않아도 근처에 있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엄 선임연구원은 “한미동맹이 기존에 보유한 연합 재래식 및 핵 역량은 북한의 대규모 공격을 억제하는데 이미 충분했다”며 “역량 강화는 지난 10년간 한반도가 목격한 긴장과 군비 경쟁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대미 대응 원칙은 ‘힘에는 힘, 선의에는 선의’라면서 북한이 확장억제 강화에 7차 핵실험이나 군사위성 발사, 중국과 연대 강화 등을 통해 맞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이 한국 내 독자 핵무장 목소리를 완전히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미국의 노력은 확장억제 극대화를 원하는 한국 엘리트층의 지속적이며 잘못된 바람에만 대응하기보다는 북한에 어떻게 관여할지에도 관심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북한 담당국장은 “선언은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확대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이 금지된 무기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김정은의 자금줄에 초점을 맞춘 의회의 대북 제재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영빈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만난 넷플릭스 투자 계획 두고도 국내 “자칫 악재”

윤 대통령의 미국 내 경제인과 만남 성과를 두고도 국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에게 향후 4년 간 한국에 3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밝히자 국내 OTT 시장의 넷플릭스 의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사업자들이 적자 늪에 빠진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 시장의 악순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해 국내 제작사가 추가 수익을 분배받지 못하는 상황도 알려지면서 국내 콘텐츠 업계는 이번 투자 소식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치권에서도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작년에도 800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4년이면 얼추 3조3000억 원”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미 결정된 투자 건으로 넷플릭스와 사진 찍으러 가신 거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26일 만남을 두고도 “성과에 대해 큰 기대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은 “테슬라사가 (한국) 투자를 결정하면 입지·인력·세제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향후 테슬라의 투자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야권 “의전 대가로 실리 내준 외교” 혹평에 여권 발끈

이런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에서는 혹평이 쏟아진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한 국빈 방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그토록 강조했지만, 의전과 환대를 대가로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내준 회담이 된 셈”이라고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안보 전문가들은 2021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것이 없으며 기존 미국의 핵우산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게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발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설화를 일으키며, 처음부터 논의의 중심축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옮겨졌다”며 “북핵,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요청 등 안보이슈가 주요 의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미국 기업의 투자 규모가 59억 달러에 이른다고 홍보했지만, 삼성·현대차·SK 등 한국 기업이 바이든 정부 들어 1000억 달러(133조 5000억 원)을 투자했다며 미 행정부가 선전해온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미국의 반도체법과 IRA법과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잘 되는 것이 미국의 압도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모호한 답변만 내놨다”며 “국민은 이런 퍼주기 외교를, 대체 얼마나 더 용인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마디로 외화내빈, 속 빈 강정”이라며 “우리가 내준 것은 너무나 큰데 그 대가로 얻을 것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의 이익과 요구는 구체적으로 완성된 반면 우리의 핵심적 이해와 요구는 모호한 약속으로 얼버무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국익 극대화를 위해 종횡무진하는 대통령을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아니면 말고 식의 비난만 계속하는 것은 스스로 망하게 하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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