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특별 대책 발표… 까다로운 전세사기 지원요건, 실효성 논란

김지혜 기자 2023. 4. 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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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개 조건 담은 특별법 발의... ‘사기 입증’ 책임 피해자에 오롯이
피해자의 우선매수권 양도 받아 피해주택 매입, 전세사기 보증금의 공공지원은 '불가' 선 그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우선 매수권을 양도 받아,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형태의 ‘전세사기 특별법’의 구상을 공개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7일 서울 본관 브리핑실에서 6가지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공개했다. 국토부는 이날 특별법을 발의해, 1개월 이내 시행령 등 세부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별법의 효력은 2년까지다.

전세사기 HUG 보증사고액 추이 및 범정부 특별단속 결과. 법무부 제공

우선 정부는 경매 혹은 공매 중인 주택에 대해서는 유예와 한시적 중단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피해자에게 경매가격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한다. 단, 피해자가 낙찰을 원하지 않으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우선매수권을 양도 받아, 경매가격으로 낙찰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피해자에게 제공한다. 정부는 특별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 받으면 소득이나 자산요건에 대한 규제 없이 매입임대 입주자격을 부여한다. 임대료는 시세 대비 30~50%, 거주기간은 최대 20년 동안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대책으로 임차주택을 공공임대로 제공한다. 법무부 제공

하지만 정부는 전세자금에 대한 공공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또 정부는 세금 체납액이 많은 임대인의 주택은 경매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세채권을 부동산별로 안배한다. 1천채를 가지고 있는 임대인이 세금 100억원을 체납하면, 조세채권을 배분해 낙찰 시 1천만원씩만 징수하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종전 피해주택을 낙찰 받을 때 200만원 한도의 취득세와 등록 면허세 면제를 추진한다. 다만 피해자가 60㎡의 주택을 가지면 재산세의 50%를 면제하고, 60㎡를 초과하면 25%의 재산세를 면제한다.

반면 경매와 공매가 끝난 피해자도 전세사기 피해자로서의 인정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공공임대 우선 입주기회와 다른 주택 구입에 금융 지원 등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긴급생계비 월 62만원, 주거비 월 40만원을 지원한다. 한부모·조손 가정에게는 3% 금리의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 법무부 제공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전세사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피해자는 6가지 조건으로 모두 충족해야 한다. 

6가지 조건에는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 ▲면적과 보증금을 고려해 서민 임차주택 ▲수사를 통한 전세사기 의도 확인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물건 ▲보증금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 등이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원 대상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내부에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를 마련한다. 위원회를 통해 6가지 조건을 충족하는지 심의하는 것이다. 위원회에는 법률·세무 전문가 등을 포함해 민·관 합동으로 운영하고, 위원은 20명 이내로 둔다. 각 시·도는 피해자로부터 지원 현장 접수를 맡는다.

이 때문에 피해자 선정시 6가지 기준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깡통전세가 아닌 ‘전세사기’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순남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6가지 조건 중 수사가 이뤄지거나, 전세사기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이 가장 까다롭다”며 “입증의 책임이 결국 피해자에게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대책위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대책은) 지원대상의 범위도 좁고, 심사와 인정 절차에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종전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와 혼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채권매입방안이 빠지면 결국 법안이 통과해도, 정작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가 매우 적을 것”이라며 “특별법 기간 2년은 본인이 피해자인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에게 지나치게 짧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토부로부터 관련 매뉴얼 등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종전 센터를 통해 접수를 받을지, 군·구를 통해 접수를 받을 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법은 오는 국회에 발의 할 것”이라며 “법 공포 즉시 효력을 발생하도록 할 것이며, 시행령 내용도 1개월 안에 모두 마무리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방책, 범죄자의 처벌과 수익 환수 뿐 아니라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든 방안을 마련해, 현실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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