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 대마왕’ 트레이 영, 가치 증명한 미친 딥쓰리

김종수 2023. 4. 2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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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열리고있는 NBA 플레이오프는 1라운드부터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언더독의 반란' 또한 그중 하나다. 지미 버틀러를 앞세워 탑시드 밀워키를 탈락 직전까지 몰아세우고 있는 8번시드 마이애미가 대표적이다. 밀워키는 정규시즌 전체 승률 1위팀이고 마이애미는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아슬아슬하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맞대결 결과는 정반대 양상을 띄고있는 모습이다. 양팀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큰 경기에 강한 버틀러의 엄청난 투혼이 돋보이고 있다. 이는 애틀랜타 호크스도 마찬가지다. 애틀랜타 역시 플레이오프 진출이 아슬아슬했다. 정규시즌에서 41승 41패로 힘겹게 5할승률을 맞췄으며 비슷한 입장에 있던 마이애미와 플레이-인 토너먼트까지 치러야 했다.


반면 상대인 보스턴 셀틱스는 57승 25패로 전체 승률 2위의 성적을 거뒀던 강호다. 올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팀내 간판스타 제이슨 테이텀(25‧203cm)과 제일런 브라운(27‧198cm)은 NBA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원투펀치’이며 조직력, 공수짜임새 등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밀릴 때까지만해도 애틀랜타의 돌풍은 힘들듯 보였다. 하지만 26일 보스턴 TD 가든서 있었던 5차전에서 119-117로 경기를 잡아내 2승째를 거두며 분위기가 바뀌고있는 모습이다. 보스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반대로 애틀랜타의 기세는 올라가고 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아이스 트레이(ICE TRAE)’ 트레이 영(25‧185cm)이었다.


이날 영은 38득점, 4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방위로 팀을 이끌었으며 존 콜린스(22득점, 3점슛 4개, 2리바운드)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18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가 뒤를 받쳤다. 보스턴은 브라운(35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과 테이텀(19득점, 8리바운드, 8어시스트)이 분전했으나 미친 활약을 펼친 영을 당할 수 없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경기종료 2.8초를 남겨놓고 완성됐다. 애틀랜타는 그때까지 경기를 뒤지고 있었다. 그대로 간다면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보스턴 선수단은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고 애틀랜타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들었다. 자신의 별명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 순간에도 영은 냉정을 잃지않았다.


하프라인을 넘어서기 무섭게 딥쓰리를 시도했고 영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림을 갈랐다. 자신의 마크맨이 백스탭을 밟으며 거리가 벌어졌다 싶은 순간 지체없이 3점슛을 던진 것이다. 영은 별다를 것 없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특유의 '추워하는' 세레머니를 펼쳐보이며 보스턴 홈팬들을 침묵시켜버렸다. 

 


최근 영은 각종 매체는 물론 선수단 설문조사 등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중 한명으로 지목되는 굴욕을 겪고 있다. 애틀랜타의 에이스로서 자존심이 구겨질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팀의 1라운드 탈락을 막는 크레이지 샷을 성공시킴으로서 '모두 조용히'라는 듯한 무언의 메시지를 그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영의 3점슛이 대단했던 것은 엄청난 배짱에 있다. 아무리 시간이 적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딥쓰리를 시도할 선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공해서 영웅이 되는 것은 둘째치고 실패했을 경우 후폭풍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만약 슛이 안들어가며 탈락이 확정됐다면 그를 향한 혹평과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심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영은 슛을 던지는 순간만큼은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았고 자신의 손끝을 믿었다.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애틀랜타의 2라운드 진출여부를 떠나 이날 영이 터트린 역전 딥쓰리는 1라운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영은 올시즌 73경기에서 26.2득점, 10.2어시스트(전체 2위), 3리바운드, 1.1스틸을 기록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득점과 어시스트 등에서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고있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개인성적, 팀성적 등에서 혹평이 늘어나며 평가가 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신인시절 그의 맞트레이드 대상인 루카 돈치치(24·201cm)가 MVP급 선수로 성장하면서 상대적 비교의 목소리도 많아지고있는 모습이다. 돈치치가 조금 더 앞서가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치치 역시 아직 MVP를 수상하거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외려 현재의 팀 구성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이별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승부의 세계는 길다. 현재는 영이 밀리는듯 하지만 애틀랜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팀을 우승까지 올려놓을 수 있다면 마지막에 웃는자는 달라질 수 있다. ‘클러치 대마왕’으로 거듭나고 있는 영이 대어 보스턴을 잡아내고 포효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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