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봉투 의혹’ 파문…국민의힘, 반전 가능할까[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고성호기자 2023. 4.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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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운데)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전체가 돈독에 오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김기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곳곳에서 돈봉투 냄새가 가득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 앞에서는 민생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민주당이 뒤로는 검은돈을 좇았다니 이율배반적”이라며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해 이재명 대표 등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사법 리스크) 위기 때마다 ‘모른다’를 반복하던 이 대표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수사를 자진 의뢰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론된 의원들에게 진실 밝힌 뒤 협조하도록 촉구하는 가시적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최소 9400만 원의 돈봉투를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이 민주당 돈봉투 의혹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한 수습에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송 전 대표와 이 대표를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고위원들의 잇단 설화 등으로 악재를 맞았다. 26일 출범 50일을 맞은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선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리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가운데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에 불참하며 자숙 중이며, 태 최고위원은 24일 최고위에 복귀했다.

9명의 윤리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위는 이르면 다음 주 첫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안팎에서 윤리위의 첫 안건은 김 최고위원 징계 문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4단계로 나뉜다. 만약 김 최고위원이 1년 이상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면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김 최고위원은 5·18민주화운동, 우파 천하통일, 제주4·3사건 희생자 추념식 등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윤리위 징계 수위에 따라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단계 징계 중 예상보다 낮은 징계를 내릴 경우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고리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7일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화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한 국빈 방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의전과 환대를 대가로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내준 회담이 됐다”며 “한미 정상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안보전문가는 기본적으로 2021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진전된 것이 없으며 기존 미국의 핵우산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등 민생 행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와 전세사기 피해 고충 접수센터 개소 현판식에 참석했다. 또한 그는 25일 극심한 혼잡도를 보이는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를 직접 탑승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선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을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무당층이 많은 청년층의 표심을 얻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고 즉각적으로 실행해야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26일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음주운전) 재범이 연간 5만 명에서 6만 명 정도 되는 상황에서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며 “아예 음주한 분이 운전을 못 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와 국민의힘은 음주운전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와 함께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 의무화’ 법안 추진을 통해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대표가 출범시킨 특별위원회 ‘민생119’도 24일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날 민생119는 소액생계비 대출한도 상향과 이자율 경감 대책과 전세사기 피해방지 대책, 영세 소상공인 에너지 지원 방안, 취업할 때 필요한 건강진단결과서를 무료로 발급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민생119는 매달 한 차례 현장에 나가 민생 현안을 직접 청취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25일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내년 총선에서 꼭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우리가 더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 민생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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