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여성에 투표권… “가톨릭 2000년만의 개혁”

김현아 기자 2023. 4. 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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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주교가 아닌 이들의 시노드 참여를 허용해, 남성 주교·사제 중심이었던 가톨릭 문화에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또 주교가 아니지만 투표권을 가진 위원 70명도 임명하기로 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중 절반을 여성으로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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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회의 개정안 공개
남성 10명에 부여됐던 투표권
수녀 5명으로 나눠 성비 균형화
주교 아닌 평신도 회의참석허용
여성·청년 목소리 적극 반영도
“스테인드글라스 천장 금갔다”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 주교가 아닌 이들의 시노드 참여를 허용해, 남성 주교·사제 중심이었던 가톨릭 문화에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를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가톨릭 여성 단체들은 “교계 역사 2000년 만의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여성에 대한 종교계 장벽)에 금이 갔다”고 환영했다.

26일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승인한 시노드 규범 개정안을 공개했다. 전 세계 주교들이 한데 모여 회의하는 시노드에서 여성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먼저 5명의 수녀가 남성 사제 5명과 함께 투표권을 갖게 된다. 시노드에서는 전 세계 가톨릭 수도회의 남성 대표 10명에게만 투표권이 부여돼왔는데, 이 성비를 반반으로 나누는 것이다. 또 주교가 아니지만 투표권을 가진 위원 70명도 임명하기로 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중 절반을 여성으로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여성에게도 역시 투표권이 주어진다.

이번 조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회 문화를 여성을 포함한 평신도 위주로 개혁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규범화한 것으로 보인다. 시노드에 일반적으로 약 300명이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표권을 가진 여성 비중이 약 10%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오는 10월 4∼29일 열리는 시노드부터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가 아닌 위원 70명에 청년들도 포함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교황은 이들이 “다양한 신자 그룹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교회 내 여성의 역할 및 성소수자(LGBTQ) 관계와 같은 주요 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바티칸이 여성을 ‘2등 시민’ 취급한다고 비판해왔던 가톨릭 여성 단체들은 즉각 환영했다. 여성 사제를 옹호하는 여성안수회의의 케이트 맥엘위 전무이사는 “교회 역사상 놀라운 발전이며,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에 상당한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투표권을 요구한 가톨릭 여성 단체의 행동에 대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가톨릭 내 보수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드 책임보고관인 장클로드 올러리슈 추기경은 이를 의식한 듯 “이것은 중요한 변화이지, 혁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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