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탄소감축 협력강화…2030년 전기차 판매비중 40%로
청정수소 생산·운송 협력 가속…친환경선 건조능력 활용 녹색해운 달성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한미 정상은 26일(현지시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양국의 청정에너지 생태계 구축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두 정상은 탈탄소화를 위한 협력 방안으로 ▲ 청정수소 ▲ 메탄 감축 ▲ 녹색 해운 ▲ 무공해차(ZEV) 보급을 제시했는데, 무공해차와 관련해선 최소 40%라는 구체적 보급 목표까지 제시하며 해당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정상이 탄소 감축 산업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내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양국의 협력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무공해차 비중 최소 40%로…전기차 보급에 韓 중요성 인식
한미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행동을 촉진하기로 했고,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했다"며 "탄소 감축, 재생에너지 및 수소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정 수소, 화석 연료 부문에서의 메탄 감축, 녹색 해운과 함께 2030년까지 판매량의 최소 40%를 목표로 무배출 경량차(ZEV) 보급을 가속하기 위한 양자 협력 강화를 모색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이중 무배출 경량차, 즉 무공해차의 최소 40% 보급 목표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공격적인 전기차 보급 정책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바이든 정부는 2032년까지 미국 내 신차 판매의 67%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 아래 전기차 보급 확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북미 현지 조립 조건'과 '배터리 광물·부품 요건'이라는 까다로운 요건을 내세워 일부 차종에만 보조금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세계 3위 완성차업체와 주요 배터리업체를 보유한 한국은 미국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할 국가로, 이러한 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 적극적인 협력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의 협력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55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2025년 완공 목표로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SK온과 손잡고 같은 주에 연간 30만대분의 전기차 배터리셀을 생산할 합작공장을 설립한다.
이 밖에도 삼성SDI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와 각각 합작 공장을 추진 중이다. SK온과 포드가 함께한 블루오벌SK의 공장 3곳(테네시, 켄터키)도 '총 129GWh 규모,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한국의 전기차 보급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연말 기준 40만2천여대의 전기차가 판매된 한국은 2030년까지 총 362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환경부는 최근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 고시안을 일부 개정해 2030년까지 누적 기준 450만대까지 전기차 보급을 끌어 올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 청정수소 협력 강화
이번 공동성명에도 언급된 청정수소는 암모니아와 함께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공급망 구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IRA 도입으로 미국 내 청정수소 생산 경쟁력이 확보됨에 따라 SK E&S, HD한국조선해양 등 한국 기업들은 GE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과 손잡고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과 SK E&S는 GE, 플러그파워는 지난 25일 '한미 첨단산업 및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에서 '블루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전주기 사업 투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제거한 수소를 말한다.
참여사들은 국내에 연 25만t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유통·활용하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는데 수소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미국 기업의 핵심 기술을 조기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HD한국조선해양은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운송할 4만㎥급 대용량 액화이산화탄소(LCO) 운반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한다.
롯데케미칼도 세계 최대 암모니아 생산 기업인 미국 CF인더스트리스와 미국 루이지애나 지역에서 진행될 청정 암모니아 생산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친환경선 1위 건조능력 활용해 녹색해운 달성
무공해차, 청정수소와 더불어 이른바 친환경 선박으로 대표되는 녹색 해운과 관련한 협력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탄소배출이 없는 녹색 해운 달성에 가장 중요한 친환경 선박 건조에 있어 세계 1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사인 HD현대의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LNG운반선 제외)을 수주한 조선사다. 또 새로운 친환경 선박으로 부상 중인 메탄올 추진선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4척을 수주했다.
LNG와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와 비교해 황산화물(SOx) 배출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NOx) 배출도 기존 대비 80% 넘게 줄인 친환경 연료다.
HD현대는 지난해 9월 가스텍에서 6만·4만㎥급 암모니아 추진 운반선에 대한 기본인증(AIP)도 획득했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향후 LNG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LNG와 수소를 사용하는 혼소(混燒) 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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