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13년·1155경기 뛰고 메이저 데뷔…매기 “야구를 사랑해 버텼다”

박강현 기자 2023. 4. 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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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당시 대학에서 갓 나온 드루 매기(34)는 MLB(미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로부터 신인드래프트 15라운드에 지명돼 ‘메이저리거’라는 결실을 맺는 듯 했다. 처음 파이리츠 홈구장인 미 펜실베이니아주 PNC 파크를 방문해 어머니 사라가 경기장이 마음에 드냐고 묻자 그는 “어머니, 정말 아름다워요. 여기서 경기를 하는 내 자신이 보여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드루 매기가 27일 LA다저스전이 끝난 뒤 동료들과 기뻐하는 모습. /피츠버그 파이리츠 인스타그램

그로부터 13년이 지나서 매기는 결국 꿈을 이뤘다. 그동안 각종 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1155경기에서 총 4494번 타석에 들어섰던 매기는 27일 홈에서 열린 LA다저스전에서 8회말에 대타로 나섰다. 마침내 빅리그 첫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그것도 ‘친정팀’ 소속으로. 관중석에선 “매기”라는 환호가 울려 퍼졌다. 매기의 부모도 현장에서 이를 지켜봤다.

매기는 초구에 힘껏 방망이를 돌려 좌전 파울볼을 날렸다. 끝내 삼진아웃으로 물러났지만, 그가 이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걸어온 여정은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매기의 출전 과정은 극적이었다. 그는 지난 24일 40인 로스터(공식 경기 출전 자격으로 등록된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매기를 이 명단에 포함시키기 위해 파이리츠는 최근 아킬레스건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최지만(32)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고 60일 부상자 명단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프로 세계에서 누군가의 부상은 다른 선수의 기회라는 냉정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였다.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드루 매기의 빅리그 데뷔를 알리는 포스터. "Welcome to the show"는 빅리그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트위터

사실 매기가 빅리그 데뷔를 앞뒀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2021년에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으로 토론토 원정전에 동행하는 일종의 예비 명단인 ‘택시 스쿼드(taxi squad)’에 포함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벤치만 달구다가 MLB 데뷔는 못 치르고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그는 MLB 현역 로스터(active roster)에 들었지만 결국 데뷔전은 치르지 못한 ‘유령 선수(phantom ballplayer)’가 되는 불명예를 겪기도 했다.

매기는 MLB닷컴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그동안 야구를 사랑해서 버텼다. 함께 동고동락한 훌륭한 동료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해준 가족과 친구들도 있었다”며 “‘왜 내게 이럴까’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대체 무엇을 바꿔야 할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할 일을 하며 견뎠다. 마치 빅리그에 있다는 식의 최면을 내 자신에게 걸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남았다(stayed alive)”고 돌아봤다. 경기 후에 그는 “타석에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며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불가능이란 없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한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유령 선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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