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베토벤 교향곡 ‘합창’ 공연 불참 논란에 종교 편향 방지책 마련
대구시립예술단 소속 연주단이 최근 ‘종교 편향’을 이유로 공연 불참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대구시가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대구시는 시립예술단의 종교 중립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종교화합 자문위원회’를 폐지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대구시는 오는 7월까지 예술단 설치 및 운영 근거를 담은 조례안을 손질해 종교화합 자문위를 없앨 예정이다. 다음달 10일부터 열흘간 관련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뒤 대구시의회의 심사 등을 거칠 예정이다.
당초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은 다음달 1일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릴 재개관 기념 공연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연주하기로 했다. 대구시향과 시립합창단은 대구시립예술단 소속이다.
하지만 시립예술단은 공연기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수성아트피아에 전달했다. 예술단은 종교 편향을 불참의 이유로 들었다.
결국 수성아트피아는 대구시향 등을 대신해 구미시립합창단과 대구오페라콰이어를 섭외했다. 합창 교향곡은 전곡이 공연될 예정이었지만, 시일이 촉박해 4악장만 선보이게 됐다.
종교화합 자문위원회는 2013년 지역 한 대학에서 열린 대구시립합창단의 공연에서 ‘특정 종교의 음악을 연주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설치됐다. 대구시는 이듬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위원회 설치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현재 시립예술단은 종교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연에 앞서 이 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자문위는 종교계 4명과 언론계·학계 각 1명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열리고, 출석의원의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다만 종교 중립성과 관련한 안건은 출석한 종교계 자문위원 전원의 찬성을 받도록 돼 있다.
공연 불참 결정은 종교계 4명 중 1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내려졌다. 해당 위원이 합창 교향곡을 두고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어서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내용의 의견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구지역 예술인들로 구성된 가칭 ‘상식을 찾는 예술인들’은 집회를 열고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의 극단적 종교 편향성을 비판했다.
이들은 “위원들이 어떤 전문성을 갖고 무슨 근거로 검열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면서 “화합이나 공익을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구시는 지역 예술계와 종교계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위원회가 본래 취지였던 자문 역할을 넘어 사실상 구속력 있는 의결기구로 운영돼 왔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구시는 위원회가 폐지되더라도 종교 편향적인 공연 금지의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구시립예술단 소속 예술감독이 특정 종교에 편향된 공연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촉하기로 했다.
시립예술단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예술회관장과 콘서트하우스 관장도 직무유기로 감봉 이상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대구시는 예술회관장과 예술감독 채용시 종교편향적 인물을 걸러 내기 위해 불교·기독교·가톨릭교 등 종교계 추천인사를 채용심사위원회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채용이 결정된 인사에 대해서는 종교편향방지 서약서를 쓰도록 하고 직무계획서에 종교편향 방지계획을 작성하도록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예술단으로서 종교중립 의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실효성 있는 시립예술단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예술계·종교계 간 소통과 화합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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