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산 “연기는 패션...늘 새로 디자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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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울고 웃던 '사기꾼'(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었고, '중년의 위기'에 무너진 애잔한 가장(tvN '나의 아저씨')이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호산(51)은 "전 세계 수만 명이 연기한 오셀로와는 다른 나만의 오셀로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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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다니는 미련함 대신 지적인 인물 그릴터”
사랑에 울고 웃던 ‘사기꾼’(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었고, ‘중년의 위기’에 무너진 애잔한 가장(tvN ‘나의 아저씨’)이었다. 그러다 세계를 멋대로 주무른 ‘절대악’(SBS ‘모범택시2’)이 됐다. 어떤 옷을 입어도 다른 얼굴과 다른 빛깔을 보여줬다. 아무리 상투적인 표현일지라도 팔색조나 카멜레온이라는 수사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번엔 또 다른 눈빛을 담았다. “배우의 연기는 패션 같아요. 한 계절만 지나도 유행에 뒤처진 것처럼 느껴지죠. 그래서 늘 새롭게 디자인해야 돼요.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그 사람의 연기를 따라하면 바로 낡아요. 내가 나의 연기를 따라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연기도 따라하지 않아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오셀로’가 이번엔 박호산(사진)이라는 옷을 입는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호산(51)은 “전 세계 수만 명이 연기한 오셀로와는 다른 나만의 오셀로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심리묘사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희곡은 ‘전쟁 영웅’ 오셀로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이아고의 말에 속아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며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셀로 역에는 동갑내기 배우 박호산과 유태웅이 캐스팅됐고, 이아고의 아내 에밀리아는 소리꾼 이자람이 연기한다.
박호산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오셀로라는 인물이 바보같이 느껴졌다”고 했다. 남의 말을 믿기만 하는 오셀로가 ‘모자라고 미련한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대본에 적힌 오셀로보다 더 지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이아고에게 질질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의심하면서 치열하게 대립하는 사람으로요.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무너지는 낙폭이 더 커질 거라 생각했어요.”
박호산의 대본은 새까맣게 ‘필기’가 돼있다. 그는 “원래 대본에 아무 것도 적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빈 공간마다 고어의 의미를 찾아 적고 인물을 분석하다 보니 지우고 쓰는 것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요즘 작품의 추세는 대사나 스토리보다는 인물의 정서와 심리를 통해 공감하도록 만들어요. ‘오셀로’ 역시 스토리텔링 보다는 인간의 정서를 이야기하는 작품이에요. 저마다의 인생 경험마다 달리 다가오는 오셀로, 추악한 욕망에 스러진 고귀한 영혼의 심정을 전달하려고 해요. 건방지겠지만, 이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생각한 오셀로의 진짜 모습을 그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올해로 데뷔 27년차. 1996년 뮤지컬 ‘겨울 나그네’로 데뷔했고, 지난 5~6년 사이 TV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무대는 그가 잊지 않고 찾아오는 고향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이어가면서도 해마다 한 편씩 연극 무대에 선다. 연극은 ‘배우로의 온전함’을 안기는 곳이다.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2005년 ‘아가멤논’ 이후 18년 만이다. 그는 “어느 대학로 배우가 예술의전당 무대를 마다하겠냐”고 했다. ‘오셀로’는 50대에 접어든 그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아홉수에 고민하고, 10년에 한 번씩 변화가 오더라고요. 꼭 이름을 바꿔서가 아니라, 이전과는 달리 살아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삶을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든 것 같아요. 그걸 잘 유지해야죠. 50대가 된 지금도 좋은 일이 찾아왔어요. 아직은 비밀이에요. (웃음)”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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