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단 탈출 작전서 ‘새치기’ 논란…독일 “12시간 허비했다” 비판

손우성 기자 2023. 4. 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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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국, 허가 없이 군대 파견” 주장
분노한 수단 정부군 공항 폐쇄 조처
영국 정부는 극구 부인 “긴밀히 협력”
리시 수낵(가운데) 영국 총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런던에 마련된 상황실을 방문해 수단에서의 영국인 대피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AP연합뉴스

군벌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수단에서 영국 정부가 자국 대사관 직원을 대피시키기 위해 ‘새치기’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독일 등 다른 국가의 탈출 작전이 차질을 빚어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 BBC는 26일(현지시간) 독일 당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주말 영국이 수단 정부군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자국군을 수단에 상륙시켰다”며 “분노한 수단 정부군이 공항 등 시설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독일은 수단 수도 하르툼 북쪽 비행장을 활용해 대사관 직원과 민간인을 대피시킬 계획이었지만, 수단 정부군이 공항 접근을 막아 약 12시간을 허비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독일 소식통은 영국 정부가 급히 수단 정부군과의 협상에 나섰고, 돈을 지급하고 나서야 문제가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이후 하르툼 북쪽 비행장을 통해 6편의 비행기로 700명 이상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 문제를 외교적 수사로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영국 정부는 분명 수단 정부군이 제시한 규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수단을 탈출해 케냐에 도착한 사람들이 26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가 지난 주말 수단에서 대사관 직원을 철수시키느라 독일 정부의 탈출 계획이 지연됐다는 발언은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복잡한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엔 항상 어려움이 따른다”며 “영국 정부는 비행장 접근을 가능하게 한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특별히 독일과 긴밀히 협력했다”고 강조했다.

수단 사태 대응 과정에서 영국 정부가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4일 영국 더타임스는 수단 주재 영국 대사가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대립하기 전 라마단 기간을 맞아 연차휴가 중이었고, 외교부 또한 충돌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영국 외교관이 대피할 때 수단 국적 가족 한 명을 가려내느라 비행기가 1시간 이상 출발하지 못해 작전이 실패할 뻔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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