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천마총과 쿠르간

2023. 4. 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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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독일계 러시아인 라들로프(V V Radloff)가 알타이산맥에서 '쿠르간(kurgan)'이라 불리는, 나무로 만든 무덤방을 돌무지로 덮은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을 발견했다.

쿠르간을 처음 과학적으로 발굴조사한 러시아 인류학자 세르게이 루덴코(Sergei Ivanovich Rudenko)는 1924년 처음 이를 확인하고 1929~1949년 모두 다섯 차례 발굴해 그 전모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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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독일계 러시아인 라들로프(V V Radloff)가 알타이산맥에서 ‘쿠르간(kurgan)’이라 불리는, 나무로 만든 무덤방을 돌무지로 덮은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을 발견했다. 쿠르간을 처음 과학적으로 발굴조사한 러시아 인류학자 세르게이 루덴코(Sergei Ivanovich Rudenko)는 1924년 처음 이를 확인하고 1929~1949년 모두 다섯 차례 발굴해 그 전모를 밝힌다. 알타이산맥 쿠르칸은 마치 경주 고분군처럼 군을 이루고 있는데 경주 돌무지덧널무덤과 다른 점이라면 봉토와 돌무지의 위치가 서로 뒤바뀌었다는 정도다.

루덴코가 조사한 쿠르간은 알타이 고산지대 파지리크계곡에 있다. 아랄해 북동쪽과 바이칼호 서남쪽 사이에 있다. 이곳에서 낙엽송으로 통나무집(타이가하우스)을 짓고 텐트를 치고 정착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전 250년 사이에 파지리크 쿠르간을 조성했다. 파지리크 쿠르간 제2호에서 말다래 장식 그림을 발굴한다. 독수리 얼굴과 날개에 호랑이 몸통과 발을 가진 독수리-그리핀(eagle-Griffin)이 도망치는 산양을 덮친다. 가축을 키워 생업을 영위하고 통나무집 과 텐트에서 살았던 알타이 고산지대 정착유목민족의 일상을 그린 것이다. 몸을 장식한 초승달 문양이 과할 정도로 많다.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갈기는 대단히 독특하다.

1973년 4월 6일~12월 4일 만 8개월 동안 진행한 천마총 발굴조사는 온 나라를 발칵 뒤집는다. 7월 14일 드디어 나무관(木棺)과 부장품을 담은 상자(副葬品收藏櫃)가 드러난다. 로만글라스로 만든 남색유리구슬(藍色琉璃玉),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경옥으로 만든 곱은옥(硬玉制曲玉), 시베리아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관모(白樺樹皮製冠帽), 쇠로 만든 마구 등자(鐵製 子)·황금모자(三角形金帽), 황금허리띠 버클과 드리개(金製 板腰佩垂飾), 금은장식세고리큰칼(金銀裝三 大刀), 쇠도끼(鐵斧) 등 우리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국보급 부장품이 끝없이 쏟아진다. 나무널에서는 나뭇가지와 사슴뿔 모양으로 장식한 금관(金冠), 가슴꾸미개(胸飾), 가락지(指 ) 등을 쏟아내며 발굴조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듯했다.

세상을 더 놀라게 만든 것은 부장품상자 안에서 나온다. 아열대고동껍질로 만든 말띠꾸미개(雲珠), 코발트색 유리잔 및 녹색유리잔, 청동다리미 등과 함께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천마도 말다래(白樺樹皮製天馬圖障泥)를 발굴한다. 보존처리하기 위해 뿌린 약품 때문에 천마도를 영원히 못 볼 뻔했다. 다행히 천마도 말다래가 두 장이었기에 아래쪽에 있는 말다래 천마도를 무사히 수습한다. 제128호분에서 금관이 나왔기에 ‘금관총’, 제129호분에서는 봉황으로 장식한 금관이 나왔기에 ‘서봉총’이라 했다. 천마도가 나왔으니 제155호분은 ‘천마총(天馬塚)’이다.

천마총 말다래 그림에는 파지리크 쿠르간 제2호 말다래 그림에 있는 초승달 문양과 독특한 갈기가 그대로 나온다. 스키타이를 비롯한 북방 기마민족 문양이다. 말다래에 그린 그리핀 그림, 자작나무 타이가하우스, 곱은옥, 금관을 장식한 나뭇가지. 마립간 시기 신라는 알타이 고산지대에서 스키타이문화를 수입하고, 알타이산맥을 넘어 시리아와 교류하고, 흑해를 건너 그리스와 만났다. 천마총 발굴조사 50주년에 뜻을 보탠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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