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SNS의 방해에 던지는 경고…신간 '도둑맞은 집중력'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일요일 오후, 소설을 읽다가 낯선 지명을 보고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검색할 요량으로 포털사이트를 열었지만, 눈길을 끄는 기사가 보여 클릭해버리고 엉뚱한 사이트로 이동한다.
중간에 끼어든 스포츠 브랜드 스니커즈 광고가 중간에 이끌려 몇몇 제품의 디자인과 가격을 비교하다 보니 해가 저문다.
모처럼 책에 몰입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을 후회할 무렵 상사에게서는 업무 메시지가 날아든다.
엇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나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라며 자신을 책망했을지도 모른다.
신간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은 이런 상황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시도한 책이다.
소셜미디어(SNS) 중독에 가까운 상태로 생활하던 저자가 인터넷 기능이 없는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들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북동부 외딴 마을 프로빈스타운에서 석 달간 극단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느낀 문제의식이 계기가 돼 취재한 결과물이다.
저자 요한 하리는 비만이 개인의 탐욕이나 방종 탓이 아니라 식량 공급망과 생활방식의 변화로 유행하게 된 것처럼, 집중력 저하 역시 개인의 실패 때문이 아닌 이를 유발하는 '문화'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고 규정한다.
영국 저널리스트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글쓴이는 세계 각국 전문가 250여명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조사한 뒤 이런 결론을 내린다.
그는 우선 현대인의 집중력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수치를 제시한다.
미국 과학자들이 컴퓨터에 추적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관찰했더니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65초에 한 번씩 하는 일을 전환했으며 어느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의 중간값은 19초에 불과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성인이 평균적으로 한 가지 일을 얼마나 오래 하는지 관찰했더니 3분에 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마트폰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시간은 5초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마이클 포스너 미국 오리건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다가 방해받으면 다시 이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가는데 평균 23분이 걸렸다.
애플이 제공하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인 스크린타임은 하루 3시간 15분(미국인 평균)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 방해받는 셈이다.
책을 멀리하고 SNS의 메시지에 의존하는 것은 세상을 피상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사고의 수준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글쓴이는 경고한다.
캐나다의 저명한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이 '미디어의 이해'(1964년)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라고 규정했는데, SNS도 예외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라는 매체에 담긴 첫 메시지는 '우리의 삶은 타인에게 전시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다'가 제1·제2·제3의 가치이며 SNS 사용자는 이런 가치를 담은 색안경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현대인의 집중력 상실은 기술 발전에 따라 우연히 생긴 결과라기보다는 거대 IT 기업의 이윤 확대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빅테크 기업은 이용자가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해 끊임없이 광고를 내보낸다.
집중력의 위기는 수면 부족과도 관련돼 있으며 이 역시 거대 기업의 이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시한다.
수면 연구 전문가인 찰스 체이슬러는 "만약 모두가 (과거처럼) 자는 데 지금보다 몇 시간을 더 쓴다면, 사람들은 아마존에 접속해 있지 않을 것이다.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문제를 비밀리에 검토한 과학자들이 세상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반(反)성장'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이는 수용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폭로 보도를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인류 역사상 기술 기업 같은 강력한 세력이 수 차례 패배했고 그런 일은 "평범한 사람들이 단체를 조직해 더 나은 선택지를 요구하고 그 요구를 달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일어난다"며 행동을 촉구한다.
김하현 옮김. 464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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