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對우크라 무기 지원' 언급 없었지만… 여지는 남겼다?
대만 문제엔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中 '반발'할 듯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국제사회의 중요 현안으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및 대만 관련 '지원' 문제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2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회견에서 "우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무고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무력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했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러시아가 공공연히 국제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채택한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에선 앞서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우리나라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개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 주도의 대러 경제·금융제재엔 동참해왔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러관계 등에 미칠 영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달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상황과 관련, △대규모 민간인 공격과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등이 자행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우크라이군에 대한 무기·탄약류 등의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관측을 낳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보도된 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공급 시작은 전쟁에 일정 부분 개입하는 걸 의미한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무기 제공도 반(反)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필수적인 정치·안보·인도적·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란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 내용 중 '안보적 지원 제공'에 주목, "무기 지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건 아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24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선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선 다른 국가들과 직간접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26일 보도된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선 "최전선 상황이 달라진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보였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역내 안보·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내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 등의 표현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주로 중국을 겨냥할 때 사용하는 것들이다. 특히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 반대'란 문구가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적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로이터 인터뷰 당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과 그에 따른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을 중국 측에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중국 당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해 중국 측으로부터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뜻) 원칙을 무시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소식통은 "윤 대통령의 앞선 인터뷰 발언 때문에 불거진 논란을 미국 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어쩌면 그런 논란 때문에 공동성명의 수위가 조절된 것일 수도 있다"로 전했다.
다만 소식통은 "중국 측은 미국은 물론 어떤 나라든 대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여기고 반발해왔다"며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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