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한시' 전세사기 특별법 발의…시급한 '주거안정'에 방점 [종합]
"당장 주거안정에 도움 된다는 맥락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정책 시도"
"변제보증금 부분 미흡하지만, 우선매수권 도움 될 것"
[아이뉴스24 김서온,이효정,안다솜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2년간 한시적 운영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발의했다.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희망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
우선매수권을 비롯해 전세사기 피해자 생계에 당장 도움이 되는 응급조치가 이뤄진 점은 매우 긍정적이나, 향후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그간 4차례 지원방안이 나왔지만, 경매 등 생계가 위협받는 피해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종합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보증금 등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특별법 지원 대상이 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직접 신청하면 시·도에서 기본요건을 조사 및 확인하고 국토부 내 설치될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 후 국토부가 피해자를 결정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피해 임차인이 직접 경매 유예·정지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도 법적 근거에 따른 요청을 통해 경·공매 유예 이행력을 높인다. 만약 거주 중인 주택이 경·공매에 넘어가면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피해자는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집을 낙찰받을 수 있다.
또한, 전세 사기 피해자가 거주주택을 경락받거나 신규주택을 구매할 때 금융지원이 강화된 정책모기지를 마련한다.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대출은 최대 우대 요건인 신혼부부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천만원 이하인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금리 연 2.15~3.0%, 대출 한도 2억5천만원이 적용된다. 그런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신혼부부와 같이 연소득 7천만원 이하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연 1.85~2.7%의 금리로 4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대출 시 거치기간도 연장, 현재 1년에서 3년으로 완화된다.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금리를 깎아주고 대출 조건도 완화해준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제한이 없는 상품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는 소득 관계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대출금리를 0.4%포인트 깎아줘 연 3.65~3.95%이며 최장 50년 동안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현재는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 거치기간이 없는데 피해자들은 최대 3년까지 적용해준다. 대출금의 분할 상환도 가능해 원금의 30%까지 만기 일시상환이 가능하다.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에 대한 LTV·DSR 등 대출 규제도 1년간 한시적으로 크게 완화하며 필요시 기간 연장해준다는 방침이다. 우선 경매에 넘어간 임차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대출액 4억원 한도 내에서 LTV는 낙찰가의 100%가 적용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현재 70%에서 80%로 완화된다. DSR‧DTI는 적용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을 위한 생계 지원도 한다. 미소금융재단에서 한부모·조손 가정 등에 지원하는 연 3% 금리의 신용대출인 '취약계층 자립자금 대출'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도 최대 1천200만원까지 빌려준다. 지원 대상은 개인신용평점 하위 20%인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이나 근로장려금 해당자 등이다.
이와 함께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전세사기 피해자' 가구에도 적용해 생계비를 지원한다. 1인가구 기준은 소득이 월 156만원이고 재산 3억1천만원(대도시 기준), 금융재산 6백만원 이하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원 종류에 따라 1인 가구 기준으로 생계비(월 62만원), 의료비(3백만원 이내), 주거비(월 40만원대도시) 등을 지원한다.
전세사기 처벌도 강화한다. 현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로 인정받으려면 피해자별 피해금액이 5억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방법이 유사하면 피해금액을 모두 합산해 가중처벌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는 것이 최선책인 현 상황에서 당장 피해자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특별법 지원 대상 요건을 세밀하게 조정해 대상자를 특정했다는 것도 정책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는 뾰족한 수가 없는 사안"이라며 "개인 간의 거래, 민간 계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피해금을 물어주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이 당장 주거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맥락에서 본다면 긍정적인 정책시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며 "또한, 이번 특별법의 지원대상이 되려면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므로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잇단 전세사기 피해로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결국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향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이 일단 터지면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의 변제보증금을 지켜달라는 부분이 미흡하지만, 우선매수권은 피해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향후 전세대출을 폐지하는 수준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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