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치매인가봐”...기억력 나빠졌는줄 알았는데 사실은
언어장애 나타나 정확한 진단 필요
A씨 사례처럼 물건이나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 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일화 기억은 보존되는 반면 언어영역 중 ‘이름대기 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있다.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능력이 저하되는 원발진행실어증일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매의 증상 중 하나인 원발진행실어증(primary progressive aphasia·PPA)은 대뇌 언어 영역에서 신경퇴행성 변화 때문에 나타난다. 보통 ‘치매’라고 하면 기억력 저하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와 달리 원발진행실어증은 초반부터 언어 장애가 나타나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언어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의료진과 언어치료사와 협업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2019년 신경언어검사실을 신설해 언어나 삼킴 장애 등으로 내원한 환자들을 검사한 후 담당 교수가 결과를 확인해 향후 치료 계획을 상담하는 방식으로 진료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재활병원에서 언어장애 평가·치료 경험을 갖춘 언어치료사를 채용해 원발진행실어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 병원 손지현 언어치료사는 “뇌졸중이나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 중 ‘단어가 잘 생각이 안 난다’,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다’, ‘발음이 어눌해졌다’, ‘목소리가 작아졌다’, ‘음식을 먹을 때 사레 들린다’ 등의 언어, 말, 삼킴에 관한 증상이 있다면 신경언어검사실에서 진행되는 검사를 통해 장애의 종류와 중증도를 평가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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