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 기계화율은 98.6%…밭농사는?
밭농사는 무척 힘이 든다. 상당수 농작업이 기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밭작물의 파종·정식(定植, 파종한 모종을 정식으로 심는 것) 분야의 기계화율은 12.2%, 수확의 기계화율은 31.6%에 그치고 있다. 밭농사 전체의 2022년 평균 기계화율은 63.3% 수준이다. 이에 비해 벼농사의 기계화율은 98.6%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격한 고령화에 놓여있는 농촌에서는 밭농사보다는 벼농사를 지으려는 농민이 여전히 많다. 벼농사가 밭농사에 비해 편한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쌀이 남아도는 현 상황에서 벼농사를 밭농사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데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농촌진흥청 등 연구기관과 지자체(산하 농업기술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대규모의 ‘협업’에 나서기로 했다.
농촌진흥청은 충남도의 충남도농업기술원, 홍성농업기술센터, 전남도의 전남도농업기술원, 해남농업기술센터, 경북도의 경북도농업기술원, 경남도의 경남도농업기술원 등 지자체와 힘을 모아 마늘과 양파 관련 농작업의 기계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농진청이 마늘·양파 재배 관련 기계화 기술을 개발하고, 충남·홍성 등 지자체가 이를 실증한 뒤 전국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밭작물의 기계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것이 목표다.
농진청과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 담당자들은 지난 2월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협업에 나섰다. 이번 협업에는 농진청 산하 농업과학원의 농기계개발자·토양전문가·기상전문가, 원예과학원의 양파·마늘 전문가와 지자체의 담당자, 농협·농기계조합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마늘·양파의 파종·정식-재배-수확-저장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기계화 저해요인을 분석한 뒤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을 개발해 현장에 확산시킨다는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방혜선 농진청 융복합혁신전략팀 과장은 “농식품부-농진청-농업기술원-농협-농기계조합을 하나로 연결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과 관이 한 팀을 이루는 협업에 나서게 됐다”면서 “밭작물 기계화 협업에는 농식품부·농진청·농협·농기계조합 이외에 홍성군 등 13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63.3%에 불과한 밭작물의 평균 기계화율을 2026년에는 77.5%로 끌어올려,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요즘 기후변화 속에 과수화상병 등 새로운 과수질병과 외국에서 들어온 병해충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농작물의 병충해에 대응하기 위해 농진청 내 4대 과학원의 병해충 전문가와 지자체 농업기술원 등이 협업을 통해 대대적인 방제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농업인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병해충을 진단하고 실시간으로 병해충 발생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농작물 병해충 예찰·예측’ 시스템의 수준을 대폭 높인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병해충 영상진단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병충해의 종류를 2024년 359종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농진청은 농촌사회의 고령화 문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개발’, ‘국가 농작물 병해충 예찰·예측 개선’ 등 11가지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밖에‘가루쌀 산업 활성화’, ‘사료작물 자급률 향상’, ‘치유농업 활성화’, ‘농식품 부산물 업사이클링’, ‘수요자 중심의 기능성 연구’, ‘디지털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 확산’, ‘여름 배추 안정 공급체계 구축을 위한 준고랭지 생산기술 개발’, ‘탄소중립을 위한 바이오차 실용화’, ‘사료 곤충 활용 자원순환 모델’ 등도 추진한다.
조재호 농진청장은 “융복합협업 프로젝트는 기존 연구개발 및 기술보급체계와는 업무 추진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민·관·연이 조직·전공 등의 벽을 넘어 ‘임무 중심’으로 수평적 협업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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