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엔지니어링, 1년 만에 SK에코플랜트 품으로…박경일 대표, 친환경과 화공플랜트 공존 묘수 낼까

이미호 기자 2023. 4. 2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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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됐다가 최근 자회사 편입
내부선 “시너지 효과 기대”
과거 화공 중심 EPC서 벗어날까

SK에코플랜트에서 물적분할된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SK에코엔지니어링이 1년 3개월여 만에 다시 자회사 형태로 편입됐다. SK에코엔지니어링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일부를 상환 후 소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최대 주주가 SK에코플랜트로 변경된 것인데,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어떻게 화공플랜트 사업을 포트폴리오에 녹여낼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021년 10월,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하는 모습/SK에코플랜트 제공

2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K에코엔지니어링은 지난 6일 최대주주가 SK에코플랜트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SK에코엔지니어링은 지난 4일 당초 최대 주주인 에코에너지홀딩스(유)가 보유한 RCPS 중 10%인 76만주를 약 450억원에 상환한 후 소각했다. 에코에너지홀딩스는 미래에셋증권·이음프라이빗에쿼티(이음PE) 컨소시엄이 SK에코엔지니어링 인수를 위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이에 에코에너지홀딩스 지분율은 기존 50.01%에서 47.53%로 낮아진 반면,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49.99%에서 52.65%로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SK에코플랜트가 최대주주가 됐고 경영권을 다시 가져오게 된 셈이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10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반도체와 연료전지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플랜트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방식은 자회사(지분 100%)로 신설된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하는 방식(분할합병기일 2022년 2월 1일)이었다. 당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비엘에이치엔지니어링이 발행한 RCPS를 미래에셋증권과 이음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게 4500억원에 매각했다.

물적분할 당시, SK에코플랜트는 박 대표 취임 이후 제네콘(Genecon, 종합건설사)에서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박 대표가 취임한 2021년 9월을 기준으로 보면, 한 달만에 이사회에서 플랜트 일부 부문 물적분할이 결정됐고 몇 달 후에는 사명을 변경했다. 전통적인 화공플랜트 분야는 친환경 행보와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SK에코플랜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일각에선 기업공개(IPO)추진을 위해 SK에코엔지니어링을 먼저 상장 시키고 향후 SK에코플랜트를 우회상장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RCPS 상환 후 소각을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똑똑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환권이 있는 상환우선주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선 회사가 상장할 것 같다고 판단되면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 반면 회사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되면 현금으로 상환을 요청할 수도 있다. 배당권과 상환권, 전환권이 모두 포함돼 있어 투자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RCPS는 회사가 이익 잉여금이 쌓여 있는 경우 돌려줄 수 있는 구조로 애초에 일종의 조건을 달고 발행한다”면서 “굉장히 좋은 투자로 볼 수 있다. 우선주라서 배당을 받는데다, 보통주로 전환도 된다. 보통주보다도 기능면에서 더 좋은 셈”이라고 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RCPS를 통해 확장을 하면서 지분이 복잡한 구조를 띄고 있다”면서 “상장이 되지 않았고 회사 개별적 내용이라 의도나 전략을 알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SK에코엔지니어링이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가 되면서 그간 맡고 있던 SK 계열사 물량 일감도 넘어오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 공장과 이라크 카르발라 공사 지연에 따른 클레임(후속 업무) 등만 맡고 있었다. 여기에 SK E&S가 발주한 수소플랜트 프로젝트(인천 완공, 보령 진행중)와 SK가스가 발주한 울산 LNG·LPG 겸용 발전소 구축, SK온의 미국 조지아·서산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 외에 기존에 진행하던 화공플랜트 건들도 넘겨 받게 됐다.

양사는 이번 자회사 편입으로 앞으로 SK가 추진하는 그린수소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엔지니어링의 화공 플랜트 사업을 완전히 털지 않는 이상 ‘친환경 포트폴리오’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에코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화공 플랜트는 신규 수주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SK이노베이션 발주 공사 등 설계 변경에 따른 보수 및 확장 등 기존에 진행하던 것들은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보다 그린에너지쪽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IPO를 앞두고 ‘전략적 차원’의 자회사 편입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SK에코플랜트의 체질 개선이 환경 비즈니스를 키운다는 것이지, EPC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사 물량분을 아예 떼버리는게 기업 가치 측면에서는 도움이 안 될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1조원 밸류 얘기도 나왔던 상황인데 화공 플랜트쪽이 적자성이 있는게 아니라면 도움이 안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중동 국가, 산유국들의 재정 규모가 높게 유지되면서 중동 시장 발주가 늘면서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실적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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