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젤렌스키와 첫 통화…中중재외교 성과 가져올까
“美와 달리 강대국 책임감 보여줘” 中 자평
서방 “중립처럼 보이기 위한 의도” 회의론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처음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가운데, ‘국제사회 중재자’를 자처하는 중국이 1년 넘게 지속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강대국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중국 관영지의 자평과 달리 서방 외신은 ‘러시아의 편’이 아닌 ‘평화의 중재자’로 보이기를 원하는 중국의 의도라고 보고 있다.
習, 젤렌스키에 “대화·협상, 유일한 해결책”
2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일 오후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쟁과 관련해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라면서 “중국은 평화를 설득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데 전념해 가능한 한 빨리 전투와 휴전을 중단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공명정대한 중재자임을 강조하면서 유라시아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특별 대표를 파견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에 대한 모든 당사자들과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앞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관계 복원을 중재한 것을 거론하면서 “중국이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정치적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진지하고 사심이 없다”고 자평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는 ‘불에 기름을 붓는’ 미국 등 서방과 달리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촉진해 유럽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홍 중국사회과학원 동유럽 전문가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적격한 중재자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중국이 제안하는 정치적 해결을 환영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갈등을 격화시키거나 무기를 제공하거나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전문가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깊이 개입하고 있어 평화적인 해결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美 “실질적 성과 글쎄”…서방 외신은 회의적
미 백악관은 두 사람의 통화를 환영하나 이것이 실질적인 성과 연결 여부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이것이 의미있는 평화 움직임 혹은 구체적인 계획이나 제안으로 이어질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평화를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나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공정한 중재자가 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군하도록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번에 공개된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화통화 내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 여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방 언론들도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유럽연합(EU)의 한 고위 관리는 이번 통화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의 편이 아니라 국제사회 평화를 중재하는 당사자로 보이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 심화를 숨기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화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제한없는 우정’에 합의했고, 시 주석은 지난달 중국 최대 연례 정치 이벤트인 ‘양회’ 폐막 직후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가 옛 소련 국가들의 주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언급하면서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상호 존중이 중국-우크라이나 관계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말했으나, 중국 관리의 실언은 중국을 정직한 중재자로 보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약화시킨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정치 전문가인 미콜라 다비디우크는 “중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화 자체는 중요하지만, 양 국가 간 완전하고 밀접한 동반자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의 주요 메시지는 중국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중국과 우크라이나 간 의사소통에는 분명히 레드라인(서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쟁점이나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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