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국 핵무장, 美 국익 근본적으로 해친다"

기사내용 요약
미 당국자 "미 확장 억제 신뢰하지 못하면
다른 부분에서도 미국을 의심하게 될 것"
핵무장시 미국 주도 국제질서 흔들릴 우려

[워싱턴=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발코니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3.04.2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 언론들은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한국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소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에는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도록 못을 박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 정부는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천명한,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하고 압도적 재래식 전력으로 핵사용을 대신한다는 전략에서 일부 후퇴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 등 누구라도 한국 등 동맹을 핵으로 공격하면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군사력으로 궤멸시킬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 대목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점을 빼면 새롭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 미 국방부 핵정책 보고서(NPR)에 담긴 표현이기 때문이다.

또 미 정부는 한국과 핵협의그룹(NCG)를 운영하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기존에 한국이 핵무기 사용에 대해 미국의 의중을 물으면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 간섭을 차단하던 미국이 입장을 바꿔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는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한국과 협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핵무기를 사용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없었던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SSBN)을 조만간 한국에 파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미 언론들이 이 같은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핵무장 지지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보다 명확하게 약속하지 않으면 한국의 핵무장지지 여론이 약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와 관련 WP는 미 당국자가 “매우 우려스럽다.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믿지 못하면 조만간 다른 부문에서도 미국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국익을 근본적으로 해친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결국 북한의 핵위협 때문에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못하게 된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면 다른 나라들도 한국을 뒤따르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가 흔들리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핵무기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미국의 굳건한 원칙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의 핵무장, 나아가 중동 등 전 세계적 핵확산을 촉발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WP의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 등 일부 미 전문가들이 한국의 핵무장을 한국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 정부 차원에서 한국 핵무장 허용을 검토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의 핵무장 방지는 미국으로선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핵무장 문제는 미국의 기본적 국익과 충돌할 수도 있는 사안임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