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한반도 비핵화 위해 중·러와 협력할 수 있어야”

박광연 기자 2023. 4. 2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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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5주년’ 학술회의 기념사
윤석열 정부 대북 기조에 우려 드러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함께 발표하고 있다. 판문점 | 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선언 5주년을 맞아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하듯 서로를 자극하고 적대시하며 불신과 반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기념 학술회의 기념사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평화가 깨어지고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게 되어 국민의 생명도 안전도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상황의 악화를 막으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함께 대화 복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누구보다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대화 복원과 긴장 해소, 평화의 길로 하루속히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과 ‘강 대 강’ 군사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에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밝힌 우크라이나·대만 문제 관련 발언이 러시아·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현 정부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고조되는 국제정세에서 동맹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에 대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기적같이 만들어낸 평화의 봄이었다”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며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며 주도적으로 일구어낸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남과 북의 소중한 약속들이 온전히 이행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며 “판문점 선언이 약속한 평화의 길은 어떤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의 성과가 일시적으로 지워지고 후퇴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미래로 다시 이어지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아직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첫 대통령비서실장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책임졌던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천만한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공격시 압도적 대응”을 천명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해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들었을 때만큼 섬뜩하다”고 비판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의 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 남북 화해·협력 방안이 담겼다. 그해 남북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졌지만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이후 남북 관계는 경색되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북·남 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에 본격 돌입하면서 남북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하여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한·미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한의 핵공격 감행 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북한에 강력히 경고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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