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빈 방문했던 시진핑, 젤렌스키와 첫 통화…“협상이 유일한 출구”

시진핑 “핵 문제서 각측이 냉정과 자제 유지해야”
젤렌스키 “길고 의미 있는 통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 시 주석은 이 통화에서 “대화와 협상은 실행가능한 유일한 출구”라는 입장을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국영 CCTV는 이날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와 관련해 “시 주석의 입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와의) 협상을 권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핵 문제에서 각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번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를 맞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정전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중국 정부 유라시아업무 특별대표를 우크라이나 등에 파견해 정치적 해결을 위해 각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혀 중재 외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시 주석과 길고 의미 있는 통화를 했다”며 “이번 통화와 주중 우크라이나 대사의 임명이 양국 관계 발전에 강력한 추진력을 더하리라 믿는다”고 썼다. 통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CCTV에 따르면 통화는 우크라이나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블로 리아비킨 전 전략산업부 장관을 신임 주중 대사로 임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리후이(李輝·70) 유라시아 특사가 우크라이나로 파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9~2019년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러시아통’이다.

3월 21일(현지 시각)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푸틴은 중국어로 “간베이(乾杯)”를 외쳤다. /조선DB

시 주석은 지난달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다. 그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함으로써 양측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두 정상의 소통은 미뤄졌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소통에 열린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책임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의 개입 탓이라고 주장하는 러시아 입장에 동조해 왔다. 이번에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두 나라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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