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시진핑 첫 통화…美 ‘떨떠름’ EU는 ‘환영’

2023. 4. 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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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화와 협상 제안”…특사 통한 중재 외교 예고
백악관 “좋은 일”…“의미있는 계획 이어질진 몰라”
동유럽 주권 발언 진화, 신흥국 상대 존재감 과시 분석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갖고 소통했다. 미국은 통화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중국의 평화 중재 실효성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두 사람의 통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와 중국 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26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난 2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정치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중국의 입장은 대화를 촉구하고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24일 12개 조항의 평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러시아의 군대 철수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책임있는 주요국으로서 가만히 있지도 않고 기름을 붓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로부터 이익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리후이 유라시아 업무 특별대표를 특사로 파견하겠다며 중재 외교를 예고했다. 리후이 특별대표는 우크라이나 등에 2009~2019년 러시아 주재 중국대사를 지낸 러시아통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시 주석과 길고 뜻깊은 통화를 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이 통화가 양국 관계 발전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통화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블로 리아비킨 전 전략산업부 장관을 신임 주중 대사로 임명했다.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것이 의미있는 평화 운동이나 계획 또는 제안으로 이어질지 당장은 알 수 없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아울러 그는 “백악관이 이번 통화가 성사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미국에 시 주석과의 통화 계획을 알리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미국 언론들도 이번 통화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이번 통화에서 ‘러시아’와 ‘전쟁’이라는 두 단어를 생략했다”면서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통화는 루사예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가 동유럽 국가의 주권에 의문을 제기한 뒤 발생한 외교적 후폭풍을 막기 위한 대응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달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관계 재개를 중재한 점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노력은 서방보다는 러시아에 대해 더 우호적인 신흥국에 더 많은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자국의 외교적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적극 환영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에릭 마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통화는) 중국이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반겼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고위대표도 “중국이 역할을 수행해 러시아가 침략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는 첫 단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폰 데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에게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접촉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양국 정상의 통화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협상 과정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중국 측의 자세를 주목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향해 “고의로 비현실적 요구를 담은 최후통첩을 제시함으로써 협상에 대한 합의와 정치·외교적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합리적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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