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왜곡 등 역사주장, "소신"이라더니..태영호 결국 윤리위 제소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4·3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허위 주장으로 물의를 빚은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을 이번 주 출범한 국민의힘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유족들이 사죄를 할 기회까지 줬음에도 이를 걷어차고, 최근 또다시 "역사문제는 내 소신을 말한 것"이라며 망발을 일삼았습니다.
'4·3기념일은 격이 낮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김재원 의원은 최근 제주를 찾아 사과를 했으나 '개인적인 실수'이며, '개인적으로 사과'라는 발언으로 제주4·3희생유족회 등이 요구한 공식사과와는 먼 대처를 보였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연구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71곳은 국민의힘 태영호, 김재원 두 최고위원을 당 윤리위에 제소했다고 오늘(27일) 밝혔습니다.
4·3유족회 등은 두 최고위원이 4·3 망언으로 '국민의힘 당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품위를 준수해야 한다'는 당헌 제6조(권리 및 의무)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선 안 되고, 타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 윤리강령 제4조(품위유지)를 어겼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4·3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등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제주4·3특별법(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13조(희생자 및 유족의 권익 보호)를 위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4·3에 대한 왜곡과 망언으로 4·3희생자를 모독하고 유족과 제주도민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유족과 제주도민들로 하여금 최고위원 개개인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일으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의 명예와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두 최고위원의 행태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4·3특별법 제13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 참여를 위해 제주를 찾은 과정에서 "제주 4·3사건, 명백히 北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하며 망언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이후 제주도민 사회의 공분이 분출돼 태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여론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해명이라고 내놓은 발언은 더욱 불씨를 키웠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주장의 근거가 '북한 드라마'와 '북한 대학생 시절 배운 내용'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제75주년 4·3추념일 다음날인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 정도 참석한다"며, "4·3추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추모일인데,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하려는 자세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이에 지난 17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연구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 4·3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70곳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태영호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폄훼한 김재원 두 최고위원에 대해 지난 21일까지 4·3 망언을 사죄하고 4·3의 역사적 진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이후 김재원 최고위원만 지난 20일 개인 자격으로 제주를 방문해 사과했을 뿐 태 최고위원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태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역사문제는 내 소신대로 말한 것"이라며 사실상 사과를 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4·3유족회와 시민단체들은 태 최고위원과 김 최고위원 두 명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울러 태 최고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앞서 태 최고위원이 했던 주장은 '제주4·3의 북한 지령설'과 맞닿아 있는데, 이는 이미 수십 년 전 당시 군부 정권하 정보기관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는 것이 밝혀져 힘을 잃었습니다.
4·3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 중 한 명인 미국의 존 메릴 박사 역시 '4·3 북한 지령설'에 관해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고, 박명림, 김남식 등 4·3문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학자들도 '4·3 북한 지령설'을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못 혹독하기까지 했던 검증을 거쳐 우리나라 정부가 공식 채택한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에서도 '김일성이 4·3을 촉발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습니다.
이에 일각에선 '일본에서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배운 내용을 한국 사람이 된 이후에도 그대로 주장한 격'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태 최고위원은 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지난 3일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 직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이나 폄훼를 한 일도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아울러 태 최고위원은 4·3 왜곡 발언 외에도 다른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공개된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일성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주장해 입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태 최고위원은 당시 "북한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통일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담긴 일본의 외교청서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의 징표"라는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