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에 주목한 '이건희 기증품전'…知와 경험의 가치 전했으면"

김예나 2023. 4.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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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미술품 '세기의 기증' 내일로 2주년…"인기 이유는 호기심"
"고민도, 과제도 많았던 전시…'미알못'도 편히 보고 즐길 수 있기를"
국립대구박물관 찾은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0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언론 공개회에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오는 11일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았던 옛 그림과 도자 등 우리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이 열린다. 겸재 정선(1676-1759)이 비 온 뒤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등을 만날 수 있다. 2023.4.10 mtkht@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우리 문화유산과 미술품의 가치에 눈을 뜬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또 국내외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물건을 모았다.

삼국시대 불상 '금동보살삼존입상'(金銅菩薩三尊立像),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추상미술 거장 김환기(1913∼1974)가 완성한 거대한 점화 '산울림'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 4월 28일 이건희 회장 유족이 총 2만3천여 점의 수집품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지역미술관 등에 기증했을 때 대중의 시선이 쏠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 전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관람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역시 서울에서만 23만명이 찾았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기증 2주년을 맞는 올해는 광주에 이어 대구에서 순회 전시를 선보이며 그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 찾은 '이건희 특별전'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0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언론 공개회에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오는 11일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았던 옛 그림과 도자 등 우리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을 선보인다. 겸재 정선(1676-1759)이 비 온 뒤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등을 만날 수 있다. 2023.4.10 mtkht@yna.co.kr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를 기획했던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2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어떤 것을 모았는지 대중의 호기심이 큰 것 같다"며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는 많은 이들이 '이게 이건희 집에 있었대', '이걸 제일 좋아했나 봐'라고 말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이 학예연구관은 "대중의 궁금증을 채우면서도 수집의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다"며 "수집하는 행위에는 지(知)와 경험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런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전시가 공개됐을 때는 전시 제목에서 '이건희' 세 글자를 빼 주목받기도 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이름을 뺀 채 '어느 수집가'라고만 명시한 탓이다. 그러나 수집가가 자신이 모은 귀한 '보물'을 꾸민 공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해 소개한다는 콘셉트는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받았다.

이 학예연구관은 "기증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컸던 탓에 고민도 많았다"며 "그러나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도 부담 없이 와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대구박물관 찾은 '인왕제색도'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0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언론 공개회에서 겸재 정선(1676-1759)이 비 온 뒤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가 선보이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오는 11일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았던 옛 그림과 도자 등 우리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이 열린다. 2023.4.10 mtkht@yna.co.kr

실제로 전시를 준비하며 미술부와 디자인팀 직원들이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댔고 모의 전시도 몇 번이나 했다고 한다. 전시 소품인 찻잔을 어떻게 놓을지, 나뭇잎이 어느 정도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지 매 순간 토론과 토론의 연속이었다.

전시 공간을 꾸민 이현숙 디자인전문경력관은 "한마디로 집주인의 마음으로 만든 전시"라고 했다.

"도화지 같은 느낌을 생각했어요. 다양한 수집품을 보여줘야 하니깐요. 그러나 응접실, 화실, 거실 등 각 공간에 따라서는 전시장 벽에 서로 다른 재질과 색감의 흰색을 사용한 게 포인트에요." (웃음)

이 경력관은 "정말 내 집이라는 생각처럼 전시장 곳곳을 자주 쓸고 닦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사람은 이건희 기증품이 남긴 의미를 주목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이 경력관은 "누군가는 연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캐릭터 관련 상품을 모을 수도 있다. 어느 것을 모으느냐보다는 물건을 찾고 모으는 그 과정 하나하나에 수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주, 대구. 세 차례 전시가 열렸지만, 그중에서도 보면 볼수록 매력을 주는 작품은 무엇일까.

국립대구박물관 찾은 '이건희 특별전'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0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언론 공개회에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오는 11일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았던 옛 그림과 도자 등 우리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이 열린다. 겸재 정선(1676-1759)이 비 온 뒤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등을 만날 수 있다. 2023.4.10 mtkht@yna.co.kr

이수경 학예연구관은 "그 앞에 서서 보면 먹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인왕제색도'를, 이 경력관은 "지난 전시에서 많이 신경 써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토우를 꼽았다.

"앞으로도 기증품 관련 전시가 이어지겠죠. (이건희 기증품은) 여러 숙제를 남긴 것 같기도 해요." (이수경 학예연구관)

이건희 기증품은 2025년 하반기부터 해외 전시에도 나설 예정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2026년에는 미국 시카고박물관(상반기), 영국박물관(하반기)에서 전시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체이스 로빈슨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은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의) 전통 미술뿐 아니라 현대 미술도 아우르고 있다"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해외 전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구성을 토대로 각 박물관 상황에 맞게 재구성할 계획이다.

박물관 측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주요 기증품을 중심으로 한국 미술과 문화, 역사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할 예정"이라며 "미국과 영국 관람객에게 우리 문화를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대구박물관 찾은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0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 언론 공개회에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오는 11일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평생에 걸쳐 모았던 옛 그림과 도자 등 우리 문화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이 열린다. 겸재 정선(1676-1759)이 비 온 뒤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등을 만날 수 있다. 2023.4.10 mtk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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