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팔자, 2030 쫓는 ‘MBTI’와 한판승부… 승자는 누구?
티빙이 MBTI와 사주팔자의 적중률을 비교하는 실험 예능 ‘MBTI vs 사주’를 공개했다. ‘과몰입러’를 무한대로 양산하는 미신계 ‘자강두천’의 대결이다. 굴러온 돌 ‘MBTI’가 오랜 기간 박혀 있던 ‘사주팔자’를 위협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미신에 대한 책을 쓴 뒤로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결론부터 짚자면 '유난히’ MBTI에만 그렇다 보긴 어렵다.
어릴 적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언제나 미신에 유난이었다. 약 20년 전만 해도 B형은 까다롭다는 등의 혈액형 성격론이 대세였고 타로 카드 열풍이 불어 대학 앞엔 수많은 타로 부스가 생겨났다. 그것뿐인가. 당시 중고등학생들은 심지어 '분신사바’를 통해 미래 배우자 이름을 알아내려고 했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머리글자를 모은 것으로, 고대 중국서 유래한 사주팔자의 긴 역사와 다르게 지난 10년 사이 급부상한 심리 지표다. '내향(I)/외향(E)’ '직관(N)/감각(S)’ '감정(F)/사고(T)’ '인식(P)/판단(J)’ 4가지 기준으로 갈려 총 16가지 유형이 있다. 가령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인데 계획적이라면 'ENFJ’를 받는 식이다.
요즘 10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개란에 자신의 MBTI를 써둔다고 한다. 우리 어릴 적 싸이월드 소개란에 써둔 혈액형이 떠오르는 건 나뿐일까.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통계자료(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전체의 76.1%가 MBTI 성격검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MBTI는 어떻게 대한민국을 홀렸나.
MBTI 과몰입 글로벌 1등 한국
독보적인 유행엔 꽤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MBTI가 들어오기 전 한국의 대표 미신이었던 혈액형 성격론과 띠 운세가 힌트가 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류’에 있다. 혈액형은 4가지로, 띠 운세는 12지로 집단을 나눈다. 이러한 이유로 동일한 혈액형이나 띠에 해당하는 사람을 만나면 알 수 없는 유대감을 갖기도 한다. 집단주의가 존재하는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집단에 속할 때 본능적인 편안함을 느낀 것이다. 더구나 생년월일이나 혈액형 등 비과학적인 분류보다는 MBTI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나.
이로써 MBTI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과거의 분류법보다 안정적인 분류 방법이 됐다. 답변에 따라 나뉜 16개 유형이라면 충분히 개인 특성을 뽐내면서도, 동일한 MBTI를 가진 이들 사이에 공감대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 주변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MBTI가 유사한 이에게 "정말 그렇지 않냐"며 공감을 끌어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만능 도구가 된 MBTI
서로 데면데면한 첫 만남의 정적을 깨는 데도 최고다. 일부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애들은 의사 표현이 확실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이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도 직접적인 표현을 꺼린다. 상대에게 감히 묻지 말아야 하는 금기도 많다. 나이, 정치 성향, 학벌, 연애, 가족관계 등 사생활 범주에 속하는 모든 게 대상이다. MBTI는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는 수단이다.
마무리로 적중률 실험 예능 'MBTI vs 사주’의 결과를 예측해본다면, 사실상 비긴 것으로 간주돼 '이런 건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라고 끝맺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하나 마나 한 예측은 의미가 없으니 굳이 한쪽에 건다면 MBTI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MBTI 검사에서는 적어도 스스로에 대한 수많은 답변을 해야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태어난 생년월일시만으로 한 사람을 정의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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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티빙 MBC
오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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