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버핏 눈엔 4월 韓 증시는 ‘과열’…“성장해야 조정 피한다”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기준에선 ‘2차전지’ 등 특정 섹터를 중심으로 단기 급등세를 보였던 4월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상황은 ‘과열’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지수(Buffett indicator)’로 분석한 결과 국내 주가지수가 과열 상태에 놓여있다 평가할 수 있는 120%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거품(버블)’이 끼고 있는 단계를 훌쩍 넘어선 고평가 국면이라는 것이다.
특히, 4월 말 실적 시즌 이후 적정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달아올랐던 종목들을 중심으로 ‘조정 장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27일 헤럴드경제는 지난 2012년 이후 전날까지 한국 증시의 일간 버핏지수를 도출해 분석했다. 이 결과 전날 종가 기준 국내 버핏지수는 120.0%였다.
버핏지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로 도출한다. 버핏 회장이 지난 200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과 인터뷰에서 “적정 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최고의 척도”라고 강조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통상 버핏지수가 120%가 넘으면 ‘과열’ 상황으로 판단한다. 70~80% 수준이면 ‘저평가’, 100%를 넘으면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는 ‘과열’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달 31일 120% 선을 넘어선 이후 버핏지수는 19거래일 연속 과열 단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특히,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각각 연중 최고치인 2575.91포인트, 909.50포인트를 기록했던 지난 17일에는 버핏지수 역시 125.6%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버핏지수가 100% 선에 근접할 정도로 내려갔던 연초 상황과 달리 4월 들어 120% 선을 계속해 넘어서고 있는 데는 ‘2차전지’ 관련주의 급등세가 맨 앞에서 이끌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CHAT)GPT’ 열풍에 따른 AI 관련주 열풍,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하며 주목을 받은 레인보우로보틱스 강세로 대표되는 로봇 관련주 상승세 등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주가에 탄력을 붙였다. 최근 ‘바닥론’에 따른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금이 모여든 반도체 관련주 역시 국내 증시엔 호재였다.
금융투자업계가 버핏지수에 주목하는 이유는 적중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증시를 기준으로 버핏지수가 100%를 넘겼던 2000·2008·2018년에는 어김없이 주가가 하락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에 대한 버핏지수도 다수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과열 후 조정’ 국면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4월 말 ‘실적 시즌’을 지나면서 주가 지수의 큰 오름폭에 비해 종목별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에 부담이 간다는 것이다.
지난 17일(125.6%) 이후 불과 7거래일 만인 전날(120.0%)까지 버핏지수는 5.6%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추세라면 국내 증시가 조만간 ‘과열’ 국면에서 벗어나 ‘거품’ 수준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기대(주가)’와 ‘현실(실적)’ 사이의 괴리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주가가 실적을 한참 앞서가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연이어 발표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웬만한 ‘실적 서프라이즈’가 아니면 주가 흐름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주가 지수가 아무리 높아도 버핏지수 상에서 ‘거품·과열’ 상태가 아닌 ‘적정’ 수준으로 평가되기 위해선 경제 성장률 재고를 통한 펀더멘털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버핏지수는 한 국가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GDP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0.3%로 전 분기(-0.4%) 기록했던 ‘마이너스(-)’ 추세를 한 분기 만에 끊어냈다는 점은 작지만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주요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낮다는 점은 고민할 지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1.5%)를 기존 1.7%에서 0.2%포인트 낮춰잡았다. IMF는 지난해 7월(2.9→2.1%)부터 10월(2.0%), 올해 1월(1.7%), 4월(1.5%)까지 4차례 연속 우리나라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IT 부진 여파가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올해 IMF가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이 2.8%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심지어 1.5%는 1.6%인 미국의 예상 성장률보다도 낮은 것은 주목한 지점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 속에 종목별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기 위해선 이제 어느 정도나 ‘성장’할 수 있는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대(對) 중국 무역 적자폭 확대 등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가 해소되어야만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본격화로 서비스업 중심의 활황세가 제조업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은 국내 수출 중심 종목들에겐 분명 호재라는 것이 신 센터장의 판단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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