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 안 믿네” 친구에 칼부림…법원 “살인 미수 아냐”, 왜?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사람을 찔러 봤다”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친구의 목을 흉기로 찌른 남성에 법원이 살인 미수가 아니라는 판결을 해 주목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살인 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A씨(27)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6월 한 호프집에서 일어났다. A씨는 고교 동창인 B씨와 술을 마시다 “중학교 때 흉기로 사람을 찔러 봤다”고 말했다.

허나 B씨가 A씨의 말을 믿지 않자 “내 말이 장난 같냐”며 흉기를 구입해 B씨의 목에 휘둘렀다.

B씨의 목 부위는 21cm 가량이 찢어졌으나 119구급대원의 빠른 조치로 목숨을 건졌다.

이에 검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하기 위해 흉기로 찌른 것으로 판단,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특수상해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판결한 것.

왜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재판부는 두 사람이 10년지기 친구라는 점을 들어 “술 마신 후 사소한 시비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살해 동기가 없다고 보았다. 또한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면 1회가 아니라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B씨가 병원에 호송된 뒤 A씨가 “미안하다”고 말했고, B씨는 “얼굴 안 그은 게 어디야. 좋게 좋게 처리됐으면 좋겠어. 안 죽었지 않느냐”고 답한 점 등을 들어 재판부는 “살해 위협을 느낀 피해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니다”라며 살인 미수는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단에 동의해 이같이 양형했다.

강소영 (soyoung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