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구시당 ‘골프가 사기 충전?’에 홍준표 “내가 못 한다고 남도 못 하게 하는 심보”

김동환 2023. 4. 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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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개최 예정 ‘제1회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에 민주당 대구시당 등 강력 비판
홍준표 대구시장 “별걸 다 시비… 일종의 금기였던 것을 이번에 공개적으로 깨는 것”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대구광역시 제공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다음 달 경남 창녕군에서 개최 예정인 대구시 공무원 등이 대거 참가하는 골프대회를 두고 일부에서 제기된 비판론에 “할 일 없으니 이젠 별걸 다 시비 건다”고 받아쳤다.

홍 시장은 27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내가 골프를 못 한다고 셈이나 남도 못 하게 하는 놀부 심보로 살아서 되겠나”라며 이같이 반응했다.

이어 “그동안 공무원 사회에서 골프는 일종의 금기사항이었고, 그 잘못된 금기를 이번에 공개적으로 깨는 것”이라며 “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수고한 공무원들 자축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시장의 글은 내달 7일 경남 창녕의 한 골프장에서 ‘제1회 대구시 공무원 골프대회’가 열리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대구광역시당과 진보 성향 매체 등에서 잇따라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반박으로 보인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시 소속 공무원과 지역 8개 구·군 공무원이 참가 예정인 이번 대회는 대구시의 한 골프동호회가 시로부터 1300만원을 후원받아 주최한다.

총 40여개 팀(총 160여명)이 참가해 18개 홀에 각각 2~3개 팀을 배정해 동시에 시작하는 이른바 ‘샷건’ 방식으로 대회가 진행된다.

이 중 20개 팀은 시청 소속 공무원이, 15개 팀은 대구시 편입을 앞둔 경북 군위군을 포함한 지역 구·군 소속 공무원, 나머지 5개 팀은 기타 소속에 배정된다. 대회 참가비는 별도로 없지만 그린피·카트피·캐디피 등은 참가자가 부담한다.

골프대회를 겨냥한 비판은 ‘대구시가 왜 1300만원을 지원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귀족 스포츠라는 꼬리표를 단 골프가 공무원 사기 충전에 맞는가’ 등으로 압축된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공무원들이 사기 충전을 위해 대회를 개최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공무원 개인 취미생활을 위해 대구시가 1300만원을 왜 지원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가 후원하는 1300만원은 대구시민의 피와 땀이 어린 세금”이라며 “대구 지역을 벗어나 홍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까지 가서 지출한다는 건 시민들에 대한 조롱이며, 또 다른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치솟는 물가로 국민은 물론, 서민들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며 “이 시점에 귀족 스포츠라는 꼬리표를 단 골프가 공무원 사기 충전에 걸맞은지 묻고 싶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과 대구시 공무원들은 이 대회가 시민들의 세금이라는 인식을 자각하길 바란다”며 “즉시 대회를 취소하고 대구시 현안 해결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골프대회를 향한 비판 분위기는 일부 진보 성향 매체에서도 나타나 ‘홍준표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공무원 골프대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등 표현이 등장했다.

대구광역시 제공
 
연이은 비판에 홍 시장은 “좌파 매체들을 중심으로 주말에 각자 돈 내고 참가하는 대구 공무원 골프대회에 또 시비를 건다”며, “한국 남녀 골프 선수들이 세계를 제패하는데 왜 좌파 매체들은 골프를 기피 운동으로 취급하나”라고 되물었다.

특히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공직기강을 잡는 수단으로 골프 금지를 명시·묵시적으로 통제했지만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이 달라졌다”며 “당당하게 내 돈 내고 실명으로 운동한다면 골프가 왜 기피운동인가”라고 물었다.

경남 창녕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을 향한 지적에도 “왜 자기 고향 골프장에 가는지 시비 건다”면서 “대구시 골프장은 팔공 골프장 하나만 있는데, 거긴 회원제 골프장이라서 주말에 통째로 빌릴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가는 골프장은 회원제와 퍼블릭이 같이 있는 골프장”이라며 “우리가 빌리는 곳은 퍼블릭이고, 대구 근교에는 거기밖에 없다”면서, 대구에서 40분 거리 골프장을 오후 시간에만 빌리는 거라고 강조했다.

퍼블릭(Public) 골프장은 별도 회원권이 없어도 누구나 예약이 가능한 골프장을 말한다.

홍 시장은 “골프는 서민 스포츠가 아니라서 기피해야 한다면 세계 톱 한국 골프선수들은 모두 상류층 귀족 출신인가”라며, “흠잡을 걸 잡으라”고 비판 주체들을 향해 쏘아붙였다.

골프 애호가로 알려진 홍 시장은 2015년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공무원 골프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도내 시장·군수 6명, 도의원, 도청과 18개 시·군 공무원 등 140여명이 35개 팀으로 나눠 참가했지만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수상자에 대한 시상금과 경품 비용은 도지사 업무추진비로 처리됐었다.

대회가 열린 골프장 주변에서는 시민사회단체 등이 도민 정서에 맞지 않는 골프대회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고, 골프장 측에서 질서 유지와 참가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막아서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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