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산실 ‘외교구락부’, 28일 오전 재개관

하경헌 기자 2023. 4. 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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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일반 국민에 공개되는 서울 남산 외교구락부 전경. 사진 숭의학원



광복 후 한국 현대 정치, 외교, 문화계 사교클럽이자 막후 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남산 ‘외교구락부’가 숭의학원에 의해 재건돼 28일 오전 11시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외교구락부는 일제 강점기에는 헌병대장 관사였으나 광복 후 1949년 해공(海公) 신익희, 유석(維石) 조병옥, 창랑(滄浪) 장택상, 동산(東山) 윤치영 등 인물들이 의기투합하여 국내외 인사들의 교류를 위한 서양식 클럽으로 문을 열며 새 역사를 시작했다.

외교구락부를 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의 주도로 한국전쟁 전후로 혼란기를 겪던 한국 정치의 흐름이 갈피를 잡기 시작했고, 정치 민주화에 대한 새로운 갈등 요인이 생성되고 해소되는 등 외교구락부는 민주화의 산실로 역할을 계속해왔다.

28일 일반 국민에 공개되는 서울 남산 외교구락부 전경. 사진 숭의학원



196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이곳에서 비롯됐고,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세 정치인이 회동한 곳도 이곳이었다.

1984년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힘을 합쳐 한국정치의 민주화를 이룩하자고 선언한 민추협 창립선언도 외교구락부에서 진행되었으며, 1987년 군정종식을 위해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대통령 후보 단일화 회동을 연 곳이기도 하다.

윤보선,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들이 직과 상관없이 외교구락부를 찾았으며 허정, 김종필, 이철승, 박순천, 유치송 등 정계 유력자들 함석헌, 김수환 추기경, 한경직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과 이희승 박사, 김옥길 총장, 김동길, 천경자, 백건우, 함흥철, 최무룡, 신성일 등 학계, 문화계 인사들도 자주 찾았다.

1999년 외교구락부의 역사성과 정치사회적 기능이 다 함을 아쉬워한 당시 숭의학원 백성학 이사장(현 영안모자 명예회장)은 외교구락부 터와 건물을 인수했고, 자료수집과 기초작업 끝에 2013년 숭의여자대학교 별관에 외교구락부를 재건했다.

28일 일반 국민에 공개되는 서울 남산 외교구락부 과거 전경. 사진 숭의학원



그로부터 10년, 재건된 외교구락부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추가 자료수집과 보완의 시간을 거쳐 재현된 모습이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되게 된 것이다.

28일 재개관하는 외교구락부는 역사관 카페 형태로 운영된다. 정계, 관계, 재계, 문화종교계, 외국 저명인사 등 이곳을 다녀간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 자료와 친필서명 등이 전시돼 있다.

또 외교구락부와 관련있는 사람들의 추가자료를 기증받고 수집하기 위해 외교구락부 1개층을 별도로 준비해 향후 추가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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