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이승엽 감독을 ‘적’으로 만난 구자욱의 ‘속내’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4. 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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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서 4회말 선제 솔로포를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다.”

삼성 구자욱(30)이 ‘영웅’ 이승엽(47)과 조우했다. 이번에는 ‘적’이다. 감독으로서 두산을 이끌고 삼성과 붙기 위해 대구에 왔다. 어색했단다. 딱 그뿐이다. 원하는 것은 승리다. 실제로 이겼다.

삼성은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경기에서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의 호투와 구자욱의 결승 솔로포를 통해 1-0으로 이겼다. 4연패 탈출이다.

아무래도 관심은 이승엽 감독의 방문이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이제 두산의 수장으로 대구에 왔다. 25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26일이 첫 경기가 됐다. 그리고 삼성이 웃었다.

26일 만난 구자욱은 “어제(25일)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인사를 드렸다. 인사만 했다. ‘다치지 말고 잘해라’고 격려해주시더라. 오랜만에 보니 어색하기는 했다. 나도 모르게 ‘선배님’이라할 뻔했다”며 미소를 보였다.

구자욱과 이승엽 감독은 지난 2015~2017년 3년간 함께 뛰었다. 구자욱이 2015년 1군에 데뷔했고, 이승엽 감독은 2017시즌 후 은퇴했다.

구자욱이 이승엽 감독에게 딱 붙어있었다. 특히 구자욱이 1루수를 보던 시절, 이승엽 감독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야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어려운 것도 어렵지 않게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감독은 17살 어린, 조카뻘인 까마득한 후배를 살뜰하게 챙겼다. 구자욱도 대선배를 깍듯하게 모시면서도 친근하게 잘 지냈다.

삼성 구자욱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 앞서 인터뷰에 나섰다. 사진 | 대구=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시간이 흘러 삼성 선수와 두산 감독으로 만났다. 이승엽 감독의 첫 대구 방문으로 많은 화제가 됐지만, 워낙 친분이 두텁기에 구자욱에게 쏠리는 관심도 크다. 그러나 구자욱은 냉정했다.

구자욱은 “야구장으로 다시 돌아오셔서 기쁘다. 팬들도 기뻐하실 것 같다. 야구장에서 보니 나도 좋다. 유니폼 입은 모습이 멋있었다. 그러나 경기는 경기다. 승리는 우리 박진만 감독님께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관심이 많은데 결국은 똑같은 경기다. ‘더 잘하고 싶다’고 했는데 선수는 언제나 잘하고 싶어 하지 않나.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다.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자욱은 “나는 삼성 라이온즈인데 두산 감독님, 코치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우리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죄송하다. 우리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가 더 좋다”며 웃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승엽 감독도 “다를 것은 없다. 그냥 대구에 원정경기를 온 것이다. 진짜 별 생각이 없다. 이제 두산에 적응이 되지 않았나. 경기 생각만 하고 왔다. 냉정해야 할 때다”고 선을 그었다.

구자욱이라고 다를 리 없다. 특별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결국 시즌 144경기 가운데 한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늘 있는 경기. 특별하지 않다.

두산 이승엽 감독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삼성전에서 1회말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대구=연합뉴스


결국 답은 ‘승리’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구자욱이 선제 결승 솔로포를 날리면서 삼성이 1-0으로 웃었다. 4연패 탈출이다. “박진만 감독님께 승리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현실로 만들었다. “연패중이었는데 끊어서 좋다. 오늘 경기를 이겼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공교롭게도 구자욱의 홈런이 라이온즈파크 우측 벽에 있는 이승엽 벽화 방향으로 갔다. 구자욱은 “내 홈런의 절반 이상이 그쪽으로 간다. 오늘 공교롭게 또 그렇게 됐다. 처음에 공을 잘 못 찾았다. 라이트에 걸렸다. 감각으로 찾았다"며 웃었다.

구자욱은 시즌 초반 분명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경기, 타율 0.359, 2홈런 10타점 5도루, 출루율 0.424, 장타율 0.538, OPS 0.962를 생산중이다. 타율-출루율-장타율 3-4-5 타자.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잘하는데 정작 구자욱은 팀을 앞에 놓는다. 구자욱은 “지난주 원정 6연전이 조금 힘들었다. 출루를 많이 해서 그런가 체력이 떨어지더라. 피로도가 올라갔다. 몸이 무겁다. 그러나 어차피 경기는 또 해야 한다. 관리 잘하겠다”고 했다.

이어 “개인 기록은, 운이 따라주는 것 같다. 준비를 많이 한 것도 있는데, 그래서 하늘이 도와주나 싶기도 하다. 시즌 출발이 좋은 것 같아 기분은 좋다. 그러나 팀이 우선이다. 팀 승리가 먼저다”고 힘줘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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